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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알 권리’라는 권력, <폴 뉴먼의 선택>
2007-05-10

EBS 5월13일(일) 오후 2시 20분

사실 폴 뉴먼을 부각시키기 위한 제목 <폴 뉴먼의 선택>보다 적절한 것은 원제인 <악의 없음>(Absence of Malice)이다. 이 영화는 누군가의 악의없는 행동과 선택이 다른 누군가에게 미치는 엄청난 파장에 대한 이야기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악의없는 행동’에 과연 악의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인간은 자신의 행동이 타자와 세상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얼마나 책임을 지고 있는가? 시드니 폴락은 그 자신이 배우였던 만큼 영화 속 인물의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빚어내는 드라마에 공을 들여왔다. <폴 뉴먼의 선택> 역시 그런 축에 속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 영화는 극단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인 <추억>(1973)이나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에서처럼 특유의 잔잔한 드라마가 돋보인다. 일전에 소개했던 리처드 브룩스의 <거짓 속의 진실>처럼 <폴 뉴먼의 선택> 역시 저널리즘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영화다. 마피아 보스였던 아버지가 죽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마이클 갤러거(폴 뉴먼). 그는 어느 노조위원장의 실종사건에 말려든다. 경찰이 마이클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그를 거짓 용의자로 지목한 것이다. 신문기자인 메건 카터(샐리 필드)는 경찰이 흘린 거짓 정보를 확인도 없이 기사로 작성하고, 하루 아침에 마이클 갤러거는 범인이 된다. 그 와중에 마이클의 여자친구인 테레사가 마이클의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치부를 공개하고 메건이 또다시 이를 기사화하자, 테레사는 자살한다. 격분한 마이클은 FBI와 언론을 향한 치밀한 복수를 계획하고 하나씩 실행해가기 시작한다.

‘진실을 보도할 권리’, ‘시민들이 알 권리’처럼 어떤 권리의 행사에 대한 주장이 맥락없이 남발될 때, 권리는 무차별적인 권력이 된다. 정보의 조작, 객관과 주관 사이의 혼동은 사소한 문제로 무시되기 십상이다. 그럴 경우, 종국에는 진실한 것(true)과 정확한 것(accurate)을 구분하며 자신의 위치를 정당화하는 메건 식의 애매한 기자정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시드니 폴락은 침착하고 꼼꼼하게 사건을 풀어가면서도 가장 긴장된 신과 신 사이에 그 긴장을 잠시 늦출 만한 장면, 이를테면 아름다운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노을 지는 강변의 낭만이나 마이클과 메건의 로맨스 등을 삽입한다. 그래서 영화의 사건을 둘러싼 분위기는 긴박하기보다는 서정적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폴 뉴먼의 카리스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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