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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인생을 즐길 줄 아는 펭귄들!
장미 2007-08-09

<해피피트> vs <서핑 업>

뒤뚱거리는 짧은 다리, 걸음에 맞춰 우스꽝스럽게 허공을 휘젓는 날개, 빳빳한 검은 털, 다소 시큰둥한 표정의 얼굴. <해피피트>로 스크린을 달궜던 펭귄이 또다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 <서핑 업>은 코디라는 십대 펭귄이 펭구섬에서 열리는 위험천만한 서핑대회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애니메이션. 춤출 때를 제외하곤 항상 진지한 멈블과 서핑할 때를 제외하면 매사 가벼운 코디가 완전히 다른 펭귄처럼 보이는 만큼 같은 소재를 다룬 애니메이션이지만 두 영화에선 차이점이 눈에 띈다. 뮤지컬 형식을 빌려 인간 문명의 부작용을 비판한 <해피피트>와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서핑의 매력을 설파하는 <서핑 업>의 한판 대결.

<해피피트>

<서핑 업>

1. 형식, 뮤지컬 vs 다큐멘터리

<해피피트> 노마 진(니콜 키드먼)과 멤피스(휴 잭맨)가 노래로 맺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해피피트>는 세상을 열광시킨 갖가지 팝송들을 끌어온 팝뮤지컬애니메이션이다. 프린스의 <키스>,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트브레이크 호텔>, 퀸의 <섬바디 투 러브>, 프린스가 이 영화를 위해 직접 작곡했다는 <더 송 오브 하트>, 비치보이스의 <두 잇 어겐>, 스페인어로 개사된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웨이>,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부기 원더랜드> 등이 연신 귀를 즐겁게 한다. 인간의 환경 파괴를 질타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보다 더 즐겁고 효과적인 것은 없을 듯.

<서핑 업> 애니메이션에 다큐멘터리 형식을 적용한 것은 색다르기도, 위험하기도 한 시도가 아닐까. <서핑 업>은 화면 속으로 마이크를 들이밀고, 카메라 렌즈가 깨지는 듯한 효과를 넣고, 가상의 기자가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를 삽입하는 등 천연덕스럽게 다큐멘터리 흉내를 낸다. 서핑의 역사를 되짚거나 과거를 회상하는 신에선 거친 질감의 화면을 사용해 옛날 영화를 상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고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의 구성을 도입해 아예 서핑 대결 중계를 펼치니 그 재주가 많다고 해야 할까, 과하다고 해야 할까.

2. 주인공, 멈블 vs 코디

<해피피트> 멈블(엘리야 우드)은 황제펭귄이다. 몸길이가 1.2m에 달하는 황제펭귄은 펭귄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큰 종. 남극 한가운데를 거주지로 삼은 그들의 특징은 극중 제시되는 다소 폐쇄적인 성격과 연결된다. 노래로 사랑을 고백하는 황제펭귄의 세계에서 음치인 대신 뛰어난 발재간을 타고난 멈블은 용납될 수 없는 존재. 생존을 위해 같은 규칙을 따를 것을 강요하는 지도자 노아(휴고 위빙)에게 자신의 다름을 인정받기 위해, 식량 부족이 자신의 탓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멈블은 두 날개(?)를 불끈 쥐고 모험을 떠난다.

<서핑 업> 코디(샤이어 라버프)는 멋스러운 노란 눈썹을 휘날리는 노란눈썹펭귄. 노란눈썹펭귄은 원래 바위 사이를 넘나들며 묘기를 부리는 것으로 유명한 종이라고. 서퍼로 성공하는 것이 인생 최대 목표인 그는 오지나 다름없는 고향 꽁막골(Shiverpool)에서 생선을 나르면서도 꿈을 접지 않는다. 자신을 취재하는 카메라를 향해 으스대기를 멈추지 않을뿐더러 폼잡는 데도 일가견이 있는 자신만만한 신세대 펭귄. 목에 걸린 조개 목걸이에서 알 수 있듯 서퍼들의 우상인 ‘빅 Z’를 그 역시 무한히 존경한다.

3. 친구, 아델리펭귄 5인방 vs 치킨 조

<해피피트> 라몬(로빈 윌리엄스)을 비롯한 아델리펭귄 5인방은 사람으로 치자면 멕시코인들에 해당할 듯. 스페인어를 뒤섞어 쉴새없이 농담을 던지고 장난을 치고 함성을 지르는 분위기 메이커들이다. 마냥 철없어 보이지만 친구의 마음을 사려 깊게 헤아리는 어른스러운 면도 지녔다. 황제펭귄들에게 외면당하던 멈블을 따뜻하게 위로하는가 하면 멈블과 함께 어려운 길도 선뜻 떠난다. 거대한 바다표범과 만나는 장면에선 예상치 못한 소심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서핑 업> 닭이 서핑을 한다고? 펭귄이 서핑을 한다는 말만큼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낙천적이다 못해 대책없기까지 한 치킨 조는 전혀 괘념치 않을 듯. 코디를 찾아 헤매다가 펭구섬의 원주민을 만나는 등 위기를 맞지만 특유의 생각없음으로 안전하게 몸을 보전한다. 커다란 솥에 담겨 삼계탕이 되기 일보 직전까지도 풍성한 요리를 위해 넣은 야채를 먹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꽤 강심장일지도.

4. 목소리 출연, 엘리야 우드 vs 샤이어 라버프

<해피피트> 용기와 끈기를 겸비한 멈블의 목소리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프로도를 연기한 엘리야 우드의 것이다. 실상 멈블의 투명한 파란 눈동자는 우드와 무척이나 닮았다. 그의 부모인 멤피스와 노마 진, 멤블이 사랑하는 글로리아는 휴 잭맨과 니콜 키드먼, 브리트니 머피가 각각 연기했다. 아델리펭귄 5인방 중 유독 잘난 척이 심한 라몬 역의 로빈 윌리엄스는 예언자 러브레이스는 물론, 내레이터의 역할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서핑 업> 코디의 목소리를 맡은 이는 <트랜스포머>로 눈길을 끈 샤이어 라버프. 십대의 은어를 무심한 듯 쏟아내는 코디는 힙합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 딱 맞는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한편 수다스럽고 과민한 말투의 캐스팅 디렉터 마이크는 <섹스 & 시티>에서 샬롯의 친구인 안토니 마렌티노로 등장했던 마리오 칸토네의 몫이었다. 극중 마렌티노가 게이였다는 사실을 안다면 삐쩍 마른 새 마이크에게서 뭔가 색다른(?) 아우라를 느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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