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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지옥 <두 사람이다>

마음속 작은 살의와 의심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지옥

자상한 남자친구 현중(이기우)과 사랑을 나누는 가인(윤진서)은 유복한 가정의 행복한 여고생. 그러나 어느 날 작은고모가 큰고모를 병실에서 잔혹하게 살해하는 일을 목격한 뒤 기이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발생한다. 우등생인 급우가 양호실에서 죽이려 들고, 담임선생님도 급작스레 가인을 공격한다. 충격에 휩싸인 가인에게, 아버지를 죽였다는 소문이 있는 전학생 석민(박기웅)이 다가와 “아무도 믿지 않으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다.

강경옥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오기환 감독의 <두사람이다>는 대단히 흥미롭고 풍부한 착점을 지녔다. 마음속 작은 살의와 의심이 만들어내는 비극을 공포영화적으로 다루려는 모티브는 가족과 연인이라는 가장 안온한 울타리 안에서 섬뜩한 실체를 드러내며 ‘관계의 지옥’을 그려내려 한다. 대부분의 공포영화들이 홀로 남겨진 자가 겪는 끔찍한 일들을 묘사하는 데 비해, 두 사람이 남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소름 끼치는 사건들을 다룬다는 점에서도 신선한 면모가 있다.

그러나 <두사람이다>의 솔깃한 설정은 이야기 자체를 제대로 납득시키지 못하는 화술 속에서 극이 진행될수록 힘을 잃어간다. 돌출되듯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잔혹 사건들에 대한 서술은 그 의미와 파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해, 구두점을 찍지 못한 채 말줄임표와 쉼표로 얼버무리는 영화적 문장을 보는 듯하다. 이야기와 온전히 섞이지 못하고 힘을 잔뜩 준 몇개의 대사들 속에서만 숨을 쉬는 주제 역시 아쉬움을 짙게 남긴다. 이 영화의 대사들은 그 강렬한 의도에 비해 지나치게 성급하거나 거칠다.

공포영화라는 장르가 배우의 표현력에 일정한 제약을 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 해도, 이 영화의 연기들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상쇄하긴 어렵다. 그것은 꼭 배우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석민이란 캐릭터는 영화 속 역할이 애매하기 짝이 없고, 현중이란 인물은 스토리의 필요에 따라 전혀 다른 두 사람을 강제로 붙여놓은 것 같으니까. 그리고 가인은 그토록 많은 장면에 등장하는 주인공임에도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인상적인 성취를 보여준 <기담>이 있긴 했지만, <전설의 고향>으로 시작해서 <두사람이다>로 끝을 맺는 충무로 공포영화의 2007년 여름은 그다지 의미있는 계절로 기억되긴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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