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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밤을 부유하는 남성들의 세계 <위 오운 더 나잇>

장르적 쾌감지수 ★★★ 도시밤의 향락지수 ★★ 조마조마 긴장지수 ★★★

제임스 그레이의 세 번째 작품 <위 오운 더 나잇>은 갱스터영화로 시작해서 경찰영화로 마무리짓는 작품이다. <리틀 오데사>(1994)와 <더 야드>(2000)에서부터 갱스터영화에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줬던 제임스 그레이는 다시 한번 도시의 밤을 부유하는 남성들의 세계로 시선을 향하지만, 전작과 달리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갱과 경찰간의 도시 쟁탈전과 그 사이에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인공 바비(와킨 피닉스)의 심리적 혼란이다. 특히 와킨 피닉스는 도시의 밤을 만끽하는 활력에 찬 모습에서부터 표정이 거세된 무표정한 모습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다. 1980년대 말 뉴욕 나이트클럽의 매니저로 있는 바비는 경찰 서장인 아버지와 촉망받는 뉴욕 경찰인 형 조셉(마크 월버그)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가족과 거의 관계를 끊고 살아가던 바비는 아버지의 승진 파티에 초대받지만 가족과의 거리감만 확인할 뿐이다. 오히려 바비는 친아버지와 다르게 자신을 믿고 모든 사업을 맡기는 러시아계 사업가인 부즈하예브에게 더 강한 친밀감을 느낀다. 더구나 바비가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에 마약 거래업자인 바딤이 들락거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뉴욕 경찰이 그를 체포하기 위해 나이트클럽에 들이닥치면서 바비와 가족 간의 불화는 더욱 깊어간다. 그러던 중 작전을 지휘했던 형 조셉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복수에 중상을 입으면서 바비는 자신이 사랑했던 도시의 밤을 배신하고 형에게 총을 겨눈 자들을 소탕하는 일에 협조한다.

아버지의 법과 질서를 내면화하는 바비의 변화에 집중하는 <위 오운 더 나잇>이 전반적으로 새롭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을 흥미롭게 하는 것은 야누스의 얼굴을 지닌 도시 속에서 바비가 경험하는 내면의 지옥도(地獄道)를 그려내고, 그것을 관객에게 유사한 방식으로 체험하도록 하는 과정이다. 형의 복수를 위해 경찰의 끄나풀이 되어 도청장치를 숨겨 마약 거래 현장에 따라간 바비의 정체가 탄로나고 경찰과 갱조직간의 한판 대결이 펼쳐질 때, 제임스 그레이의 카메라는 이를 남성적인 힘이 넘치는 스펙터클로 전시하기보다는 순간순간이 악몽처럼 체험되는 바비의 심리적 공황을 보여주는 데 치중한다. 또한 <위 오운 더 나잇>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비오는 날의 자동차 추격신 역시도 단순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자동차간의 대결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자동차 안의 밀폐된 공간에서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며 느끼는 바비의 심리적 상황을 관객이 체험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특히 이 추격신은 인물의 심리적 체험을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데 시점숏의 활용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위 오운 더 나잇>의 이러한 매력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바비가 경찰이 되기를 선택하면서 다소 평면화되는 아쉬움을 남긴다. 죽은 아버지의 이름을 받아들임으로써 바비는 도시의 밤을 사랑하는 대신 법과 질서를 앞세운 도시의 수호자로, 그리고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 그레이는 바비가 아버지와 형의 세계로 나아갈 때, 그리고 바비가 그 세계의 일원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마지막 장면까지도 그것을 완전히 성공한 변신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엔딩에서 바비는 경찰 아카데미를 졸업한다. 연단에서는 졸업 축하 연설이 이어지고, 오랫동안 반목했던 형은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지만, 그럼에도 이 엔딩은 그리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밤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Tip / 영화에서 자동차 추격신은 흔하디흔한 것이지만, 그것이 비오는 날 이뤄지는 경우를 만나기란 힘든 일이다. 이는 비오는 날 자동차 추격신을 찍으면 자동차 움직임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는 관계로 사고의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제임스 그레이는 자동차 추격신을 비가 오지 않는 날 촬영한 뒤, CG로 비오는 모든 이미지를 구현했다고 한다. 추격신의 긴박감을 더해주는 젖은 도로, 앞유리의 비, 물기로 인한 카메라의 번짐 등은 모두 CG의 놀라운 효과이다. 그것은 실제의 비보다 더욱 비처럼 느껴진다.

<대부1> VS <위 오운 더 나잇>

<위 오운 더 나잇>은 <대부1>을 거꾸로 따라가는 작품이다. <대부1>이 마피아 조직의 보스였던 아버지가 반대 조직이 쏜 총에 맞은 것이 계기가 되어 자신이 그토록 거부하던 조직에 발을 들여야 했던 아들의 숙명론적 비극을 따라갔다면, <위 오운 더 나잇>은 그 반대로 경찰인 아버지와 형의 세계를 거부하던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법과 질서의 수호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다룬다. <위 오운 더 나잇>은 <대부1>에서 광적인 갱의 연기를 선보였던 로버트 듀발을 오히려 경찰 서장으로 캐스팅하는 것에서부터 <대부>를 반대로 되비치려는 의도를 내비친다. <대부>에서 돈 코르네오네(말론 브랜도)의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조직의 대부가 된다. 마이클은 대립하는 조직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한 철옹성을 쌓는 듯 보였지만, 정작 영화의 엔딩은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마이클이 찾아온 조직 부하와 이야기를 나눌 때, 그는 자신을 바라보던 부인의 시선으로부터 격리됨으로써 자신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가족으로부터 단절된다. 그는 대부로서 가족을 얻음과 동시에 또한 가족을 잃은 것이다. <위 오운 더 나잇>은 이러한 <대부>의 엔딩을 패러디한다. 바비는 마이클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는다. 마이클은 갱으로, 바비는 경찰로. <위 오운 더 나잇>은 영화의 엔딩에서, 바비의 표정 속에 마이클의 소외와 단절감을 그대로 각인시킨다. 그는 가족을 얻고 법과 질서의 세계로 편입되었지만, 또한 그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제임스 그레이는 갱스터 영화의 문법을 경찰 영화로 변형시켰지만, 그 누구도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없다는 갱스터영화의 룰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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