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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달러짜리 과학상상화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
안현진(LA 통신원) 2008-06-18

장르 정체성 지수 ★☆ 피칠갑 지수 ★★★☆ 구토 및 구타 유발 지수 ★★★★

글래스고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정부는 철옹성 같은 성벽을 둘러 격리지역을 선포한다. 피부가 녹고 피를 뿜는 사람들은 성벽 안에서 죽어야 했고, 증상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무장 군인들의 총포에 죽어갔다. 그리고 25년 뒤, 런던에서 동일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출현한다. 3년 전부터 격리지역에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숨겨온 정부는, 뛰어난 실력의 여전사 이든 싱클레어(로나 미트라)와 소수 정예부대를 투입한다. 미션은 48시간 안에 치료제를 구해오는 것. 하지만 격벽 너머는 지옥이다. 펑크 스타일의 식인종들이 싱클레어 일행을 공격하고, 치료약을 개발했을 것이라고 믿었던 의사를 찾아가지만 글래스고의 북쪽에 건설된 중세 도시에서 일행은 또 한번 목숨을 위협받는다.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은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콜라주한 3천만달러짜리 과학상상화다. 살점과 피가 튀고 칼날은 뼈를 가른다. 액션은 잠시도 쉬지 않고 사운드는 귀청을 때리는 등 그 모든 것이 과장돼 집중이 어렵다. 메가폰을 잡은 닐 마셜이 전작 <디센트>에서 보여준, 차분히 점강하는 공포와는 너무 다른 양상이라 감독의 이름에 기대를 걸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인류의 종말을 상상한 영화는 이전에도 많았다. 천재지변과 더불어 가장 빈번히 채택된 소재는 바이러스의 확산. 인류의 메시아가 맨손의 여전사 혹은 순결한 소녀라는 플롯도 구태의연하다. 25년 전 벽이 세워지던 날, 글래스고에서 구조된 소녀가 사실은 싱클레어였다는 회귀 구조도 뻔하다면 뻔하다. 하지만 시절이 수상하니 영화의 완성도와 관계없이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지옥도는 산 목숨을 태워 나눠먹는 것으로 축제를 즐기는 괴이한 카니발리즘과 미치광이 의사가 21세기에 세운 중세 테마파크가 혼재한 벽 너머가 아니다. 진실을 은폐하고 생존의 외침을 외면한 채 거대한 철벽을 세우는 공권력이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어떤 나라의 오늘과 다름없다. 안일한 미봉책이 부르는 혼돈을 가시화한 점에서 영화의 미덕을 찾을 수도 있겠다.

tip/ 시고니 위버, 안젤리나 졸리, 케이트 베킨세일의 계보를 잇는 여전사는 영국 배우 로나 미트라다. 여러 매체에서 미트라가 연기한 싱클레어를 두고 <뉴욕 탈출>(1981)의 스네이크와 비교했는데, 자유자재로 뺄 수 있는 적외선 동영상 카메라인 오른쪽 눈알 때문이다. 눈알을 빼고 안대를 한 모습과 <뉴욕 탈출>의 스네이크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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