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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사랑의 감정과 성장의 진통 <달려라 자전거>

주연배우들의 풋풋함 지수 ★★★★ 스킨십 지수 ★☆ 경마장면 박진감 지수 ★★★

<달려라 자전거>는 지방 소도시 대학 신입생 하정(한효주)이 겪는 풋풋한 사랑의 감정과 성장의 진통을 그린다. 한적한 소도시의 분위기와 고전적인 남녀 주인공의 성품 때문에 영화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가 배경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 어쩌면 첫사랑이라는 사건 자체가 태생적으로 과거지향적인지도 모르겠다. 기억의 창고에 간직될, 일생에 단 한번 겪는 첫사랑은 시작될 때부터 과거로 사라질 운명을 지닌다.

겉보기에 하정은 늘 긍정적이고 반듯하지만 안에는 깊은 상처가 있다. 알코올중독이던 엄마가 자살하고 큰오빠는 가출해 생사도 알 수 없는데다 아버지는 매일 술에 의지해 살고 있다. 비록 우울하고 어두운 현실이지만 스무살 하정에게도 설레는 첫사랑의 감정이 찾아온다. 하정은 고등학교 참고서들을 팔기 위해 들른 헌책방에서 무뚝뚝한 수욱(이영훈)을 만난다. 하정은 첫눈에 호감을 갖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 그가 늘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한다. 결국 자전거를 매개로 하정과 수욱은 가까워지지만 둘 사이에는 의식불명 상태로 3년을 병원에 누워 있는 수욱의 여자친구가 있다. 수욱은 여자친구와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매주 마권을 산다. 수욱이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같은 말에 매번 베팅하는 이유는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정은 자신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지 못하는 수욱이 야속하지만 그를 이해한다. 알코올중독이던 엄마에게 품은 애증으로 괴로운 하정이나 여자친구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는 수욱이나 모두 과거에 매인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첫사랑은 과거에서 빠져나와 어른이 되는 관문이다.

이 영화는 2001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임성운 감독의 데뷔작이다. <달려라 자전거>는 하정과 수욱의 아픈 사연들이 바탕에 깔려 있어 수채화처럼 예쁜 첫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빛바랜 사진을 보는 느낌이 배어나는 영화의 분위기가 애틋하고 아련하다.

tip/ 하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하정의 테마곡은 여주인공 역의 한효주가 직접 가사를 썼고 노래도 불렀다. 둘, 낭만적 분위기의 헌책방은 밀양시 청도면 당숲에 위치한 허름한 폐가를 개조한 것으로 현재 관광객을 위해 오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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