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시한부 멜로드라마 <라스트 러브 인 뉴욕>
김용언 2008-11-26

아만다 피트 매력 지수 ★★★ 보고 나면 뉴욕에 가고 싶어지는 지수 ★★ 밀고 당기기로 상대방 열받게 하는 지수 ★★★★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그리핀(더모트 멀로니)은 폐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길어야 1년, 그리핀은 앞으로 남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죽음에 관한 심리학 강의를 듣다가 아름답고 지적인 여인 피닉스(아만다 피트)를 만난다. 첫 만남부터 과감하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그리핀에게, 피닉스는 웬일이지 영 어색하고 소극적인 대응만 되풀이한다. 개인적인 화제는 조심스럽게 피한 채 조심스럽게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어느 날 충격적인 사실에 직면한다. 피닉스 역시 자궁암 말기였던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은 남은 시간 동안 자신들이 누리지 못했던 삶의 사소한 즐거움을 함께 만끽하기로 결심한다.

이 영화의 원제는 남녀 주인공 이름만으로 담백하게 명명한 ‘그리핀과 피닉스’다. 상체는 독수리이며 하체는 사자인 상상 속의 동물 그리핀, 눈부신 진홍빛의 불사조를 뜻하는 피닉스. 두 사람이 처한 삶의 조건을 떠올려보면 무척 아이러니한 이름이다. 하지만 한국어 제목을 굳이 ‘라스트 러브 인 뉴욕’으로 지은 이유는, 이 영화의 줄거리를 명료하게 압축시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라스트 러브 인 뉴욕>은 <러브 스토리> <다잉 영> <워크 투 리멤버> <뉴욕의 가을> 등의 ‘시한부 멜로드라마’의 전통을 충실하게 계승한다. 차이점이라면 청춘의 한 시절을 이미 지나보낸 성숙한 남녀가 직면하는 사랑의 현실적인 고민을 좀더 세밀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죽음의 공포를 넘어서는 사랑을 그리는 몇몇 장면에서 눈물을 쑥 빼지 않는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영화의 톤은 로맨틱코미디와 진중한 드라마를 들쭉날쭉 오간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뚝뚝하게 냉소로 일관하는 그리핀의 캐릭터 설명은 시한부 인생을 전형적이지 않게 그려내는 참신함으로 호감을 사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복선들과 ‘죽음을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보기’ 장면의 반복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뻔해지는 캐릭터에 싱글 여성의 현실감각과 생기를 불어넣는 아만다 피트의 연기가 그나마 영화의 빛이 바래는 것을 막았다.

tip/아만다 피트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우리, 사랑일까요?> 등의 로맨틱코미디에서 도시적이고 당찬 매력으로 빛을 발했지만, 이 영화에서 암에 걸린 여인의 창백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의외의 변신을 보여준다. 더모트 멀로니는 그동안 <언더토우> <조디악> 등에서 삶에 찌든 중년 남자 역으로 망가졌다가 간만에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무렵의 로맨틱한 남자주인공 형상을 되찾았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