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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찾아낸 풍경] <사운드 오브 뮤직>, 어디가 좋을까

대관령목장·양떼목장 등 도레미송이 흐를 만한 한국의 아름다운 목초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은 모두가 기억하는 선율이다. 광활하게 펼쳐진 알프스 산맥의 푸른 능선 위에서 아이들에게 <도레미송>을 가르치며 기타를 치던 마리아 선생님(줄리 앤드루스)의 발랄함은 추석 명절에 모인 가족들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횡계 양떼목장

외도 보타니아 정원

최근 우유광고에 필요한 장소를 찾기 위해 이 영화에서 본 듯한 ‘아름다운 목초지’를 찾아 나섰다. 넓은 초원에 펼쳐진 목장, 목장을 둘러친 하얀 나무 목책, 그 안에서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곳, 여기에 아이들이 뛰어놀 만한 넓은 공간과 비포장 진입로와 호수까지 갖춘 곳이어야 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은 없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면 물이 없었다. 물이 있다치면 경쟁사에 우유를 납품하는 곳이라서 촬영이 어려웠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야생들판 같은 곳만 있었다. 물론 이 조건들은 우리가 만든 ‘실격사유’일 뿐이지, 정작 그 목장들은 너무도 잘 관리됐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장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사운드 오브 뮤직>이 떠올랐다. 만약 한국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만든다면 어디에서 촬영을 할까.

자동차로 오르는 소황병산에서 내려다보면…

<사운드 오브 뮤직>은 알프스 산맥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에서 촬영됐다. 노래를 좋아하는 견습수녀인 마리아는 명문 트랩가의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은 아이들과 소통하지 못한다.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천진함을 찾게 해준다. 또 그 과정에서 트랩 대령과 사랑에 빠진다. 어릴 때 봤던 그 영화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건 무엇 때문일까? 영화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유럽을 침공했을 때다. 아마도 우리가 겪었던 전쟁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을 담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누가 봐도 가난하고 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러운 동북아의 작은 나라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 속 풍경은 큰 부러움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래도 비슷한 풍경을 한국에서 찾아보자.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레미송>을 부르는 장면부터. 이 장면을 위해서는 고지대의 초원언덕이 필요하다. 한국의 목초지 여건상 거의 유일한 대안은 횡계의 대관령목장 또는 양떼목장이다. 목초지의 푸르름을 위해서는 반드시 6월 중순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쯤 돼야 푸르른 대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장면이 연출된다. 강원도에서는 5월 말까지도 탐스러운 녹색의 초지를 보기 힘들다. 푸른색의 초지는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풍성한 느낌은 내기 힘들다.

우리나라에 있는 아름다운 목장 몇 군데를 보자면 강원도 횡계의 대관령목장과 양떼목장, 충남 당진의 태신목장, 경주의 OK그린목장, 전남 무안의 바다목장을 꼽을 수 있다. 이중 단연 압권은 대관령목장이다. 동양 최대인 약 600만평의 초지를 가진 대관령목장은 여의도 면적의 7배를 자랑한다. 상상해보면 여의도 끝에서 끝이 한눈에 보이기도 힘든데 이 면적의 7배라면 엄청난 넓이임에 틀림없다. 남한에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최고봉인 소황병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을 촬영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날씨가 좋은 날엔 동해까지 내려다보인다. 그런가 하면 양떼목장은 그리 넓은 편은 아니라서 대관령목장처럼 스케일있는 그림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작은 언덕들과 목책이 양과 어우러져 아기자기하고 목가적인 전원의 풍경을 연출해낸다.

미라벨 정원과 비슷한 보타니아 정원

장면을 바꿔 트랩 대령의 집으로 넘어가자. 트랩 대령의 집은 오스트리아의 레오폴스크론 성이다. 건축적 여건상 비슷한 분위기의 건물은 운현궁 안의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이나 덕수궁 석조전을 꼽을 만 하다. 물론 건물의 스케일이나 정원은 레오폴스크론 성에 비할 게 못 된다. 마리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집 내부의 장면은 명동 롯데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이나 아테네 가든이 제격일 것이다.

미라벨 정원

용산 가족공원의 둥근 터널

영화에서 아이들과 마리아 선생님이 즐겁게 뛰어노는 대저택의 정원은 미라벨 정원에서 촬영됐다. ‘미라벨’은 ‘아름답다’란 뜻이다. 유럽과 동양의 정원양식은 너무도 판이해 비슷한 정원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다. 자료를 찾다보니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비슷한 곳이 외도의 ‘보타니아 정원’이다. 무인도를 사서 평생을 바쳐 아름다운 정원으로 바꿔놓은 부부의 정성이 만든 걸작품이다.

촬영된 지 45년이 지났지만 당시 <사운드 오브 뮤직>에 등장했던 장소들은 아직도 영화 속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촬영을 한다고 해도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을 거다. 우리는 어떠한지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