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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혁의 니혼진] 마츠준이 혼혈아 연기를?
정재혁 2009-07-08

필리핀 혼혈아를 보았다. 드라마 <스마일>의 하야카와 비토란 이름. 인기 아이돌 마쓰모토 준이 연기했다. 처음엔 의아했다.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저 혼혈 캐릭터를 자니즈의 대표 아이돌 마쓰모토 준이 왜 받아들였을까. 태닝까지 하며 동남아시아인의 얼굴이 되려고 한 이유는 뭘까. 캐릭터는 <밤비노!>의 순수 청년을 그대로 답습하지만 아이돌이 연기하는 혼혈아는 쉽게 달라붙지 않았다. 게다가 마쓰모토 준은 <앙앙> 표지를 수차례나 장식한 남자가 아닌가. 구보즈카 요스케가 연기했던 <GO>의 스기하라처럼 마쓰모토 준의 하야카와 비토는 뉴스였다.

소녀시대의 새 앨범 재킷이 왜색 논란에 휩싸이면서 인터넷에 일본 오락프로그램 동영상 하나가 돌았다. 기타노 다케시가 사회를 본 <이것이 이상해요 일본인>의 한 부분으로, 동영상은 밀리터리 마니아에 대해 재일 외국인들의 토론을 모은 것이었다. 일본의 한 남자가 말했다. 나치 시대의 제복이 가장 아름답다, 어디까지나 패션으로 즐길 뿐이다. 예상대로 공격이 쏟아졌다. 독일에서 그런 말 하면 체포된다는 독일 여성부터 당신의 취미는 중국인, 한국인에게 굉장한 실례라는 중국인까지. 심지어 한 프랑스 남자는 녹화가 끝난 뒤 나치 제복 마니아 남자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갔다. 부러웠다. 자국에 대한 비판은 물론 방송사고마저 그대로 담는 일본 TV의 대범함이랄까. 하긴 그들은 녹화 도중 화장실에 가는 머라이어 캐리나 시간이 없다며 녹화장을 뜨는 패리스 힐튼의 모습도 그대로 내보내는 종족이다. 자신의 굴욕을 그대로 되돌리는 것도 재주다. 어떤 이야기가 나와도 한국인의 특색이라며 얼버무리는 한심한 <미녀들의 수다>보다 천배는 훌륭하다.

일본 TV는 꽤 관대하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인기 아이돌이 3세계 국가 혼혈아를 연기하고 트랜스젠더들도 ‘뉴 하프’(혼혈아를 가리키는 하프(half)에 뉴(new)를 붙여서)란 이름으로 활동한다. 성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볼거리가 된다면 수용하고 방영하는 식이다. 매우 쿨하다. 하지만 여기엔 불편한 방관의 시선이 있다. TV란 테두리가 현실의 문제를 감상과 오락의 대상으로 가공해버리기 때문이다. 이쪽 이야기도 저쪽 이야기도 골고루 듣되 판단하지 않겠다는 오락적 태도는 오히려 매우 정치적으로 느껴진다. 마쓰모토 준이 필리핀 혼혈의 애로를 토로할 때 일본 정부는 외국인 등록에 관한 법률을 바꿨고, 우익 인사들은 대만 식민정치를 비판한 <NHK>의 다큐멘터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일본의 TV는 진보적이라기보다 철저히 오락적인 걸 거다. 답답하게 정치에 매여 있는 한국 TV보다는 재미있지만 마쓰모토 준의 얼굴을 보고서도 100% 웃음을 떠올릴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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