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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가슴 깊숙이 밀어넣는 영화 <메디엄>
정재혁 2009-07-29

synopsis 사라(버지니아 매드슨)는 아들인 매트(카일 겔너)의 암을 치료하기 위해 코네티컷주의 집으로 이사온다. 구조도 분위기도 가격도 마음에 드는 2층 주택. 하지만 거기엔 어두운 비밀이 숨어 있다. 과거 장의사의 집으로 수많은 혼령들이 아직 머물고 있는 것. 몸이 약한 매트가 이사 첫날부터 이상한 변화를 보인다. 환청과 환각을 호소한다. 이 현상은 더 심해져 이제는 다른 가족들까지 원인 모를 진동을 느낀다. 결국 사라는 심각해진 상황을 견디다 못해 다시 이사할 마음을 정한다.

<메디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87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실제 있었던 카멘 리드 가족의 사건이 모태다. 영화의 프로듀서인 대니얼 패랜즈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된 이 가족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화를 기획했다. 짧은 기간 동안 한 집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기운과 사건들. 카멘 리드 가족은 뒷마당의 묘지를 비롯해 지하실의 시체 안치소, 시체 사진들로 가득한 서랍 등을 발견했고 이상한 진동, 묘한 한기 등을 느꼈다고 한다. 영화는 이 가족의 사연을 충실하게 살려 이야기를 꾸려간다. 사라 가족이 이사를 결정하는 것부터 이사를 한 뒤 1주일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 하나둘 그려진다. 디테일한 묘사가 유령 든 집의 오싹한 분위기를 완성도있게 쌓아간다. 고문하거나 소리지르고 난도질만 해대는 최근의 공포와 달리 <메디엄>은 공포를 가슴 깊숙이 밀어넣는 영화다.

지직거리는 화면이 이어지는 초반부터 <메디엄>은 일단 음흉한 분위기를 끌어내는 데는 성공한다. 이야기가 하나둘 쌓이면서 고조되는 긴장감도 썩 좋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을 넘기면서 별다른 기복없는 이 리듬은 지루해진다. 무언가 일어날 것 같다 다시 잦아드는 게 수차례 반복된다. 고전 호러의 리듬으로 즐기기에도 심심하다. 초자연현상이나 기묘한 형태의 엑토플라즘, 심령호러는 그 자체로 풍부한 텍스트지만 영화는 이들을 하나로 모아 찰진 덩어리로 만들어내진 못한다. 게다가 후반부엔 구태의연한 사연과 화해의 과정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탑마저 무너지는 느낌이다. 미국 개봉 첫주 2천만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이미 2편과 3편의 제작이 결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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