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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 "굴곡많던 가수 10년, 인생배웠다"
2009-09-06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얘기를 시작하자 박효신(28)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서울 강남의 한 녹음실. 2년 반 만에 만난 박효신은 15일 발매할 6집 '기프트(Gift)'의 '파트 1' 음반을 녹음 중이었다.

최근 그는 유명 작곡가 황세준이 대표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와 음반제작 계약을 맺었다. 살짝 맛보기로 들려준 타이틀곡 '사랑한 후에'는 가을 대표곡이 될 만큼 멜로디 라인이 또렷하다. '워우워~' 같은 바이브레이션이 특징인 '소몰이 창법'의 대표주자답지 않게 절제한 창법은 담백하다.

2년여를 쉰 것은 전 소속사와의 법적분쟁 탓이었다. 지난해 초 전 소속사는 박효신에게 전속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양측은 원만한 합의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박효신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는 물음에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소송으로 마음고생을 해 노래가 싫었고 쉬고 싶었어요. 세상을 너무 몰라 제 손에서 시작된 일이니 제 책임이겠죠. 지난해 집에 있기도 힘들어 친구집, 거제도 등지로 떠돈 적도 있어요. 바닷가에 차를 세워두고 며칠씩 생각도 했죠. 지난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어요. 쉬다보니 노래하고 싶고 무대가 그리워지더군요."

그는 이 시간 동안 뼈저리게 느낀 것은 자신은 '왜 아무 일도 없이 평탄하게 가수 생활을 하지 못했을까'였다고 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그는 데뷔 시절부터 지난 10년의 이야기, 어려웠던 가정환경 등 지금껏 꺼내놓지 않은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 속에는 과거 대중음악계의 어두운 면도 곳곳에 서려있었다.

"TV에 나오는 사람이 외계인처럼 느껴졌다"는 그는 중3 때부터 가수에 대한 동경을 키웠다. 출중한 보컬 덕에 고1 때 쉽게 한 음반기획사에 들어갔다. 계약없이 8-9개월을 연습생으로 1집을 준비했지만 회사가 경제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러다 이 기획사의 대표가 다른 기획사를 소개해줬고, 역시 오디션에 한번에 붙었다. 그러나 이 인연은 충격적인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사장님은 처음과 달리 계속 얘기를 바꿨어요. '여자 스폰서를 소개해주겠다'는 등 장삿속이 보여 계약도 안한 상태였으니 나가겠다고 했죠. 어느 날 사장님이 종이 한 장을 꺼내놓으며 5천만원을 갚고 나가라고 윽박질렀어요. 가끔 용돈 준 것, 식대, 제게 주려던 데모곡 등의 비용을 부풀려 계산한거죠."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의 이혼 후 중학교 시절부터 우유와 신문 배달, 주유원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던 그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돈이었다.

"그때가 고2때였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가수를 안 하려고 마음 먹었죠. 한 작곡가 형의 설득으로 다시 꿈을 찾아 뛰어들었지만 1-3집을 내는 동안 음반, 공연 수익금도 제대로 못 받았어요. 제 음반 제작자가 여러명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때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 펑펑 울기도 했죠. 제가 아는 세상과 현실의 괴리를 알게 된 거죠."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자 그는 2003년 직접 음반기획사를 차렸다. 2004년 4집을 냈으나 홀로서기는 만만치 않았다. 자금난에 시달려 기획사 문을 닫고 우여곡절 끝에 현재 소송 중인 전 소속사와 계약했으나 또다시 분쟁에 휘말린 것이다.

"제가 계약을 못 마쳤으니, 받은 계약금 일부를 변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송 초기 뇌신경 질환을 앓아 약도 복용했지만 노래에 대한 의지는 더욱 강해졌어요. 전 소속사와 신뢰를 회복하고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어요. 마음 편히 노래만 하고 싶어요.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고통을 잊으니까요."

공백기를 통해 인생을 배운 만큼, 이번 음반에 대한 각오는 남다르다. 황세준, 김도훈, 조영수 등 유명 작곡가들이 힘을 실어줬고, 박효신의 자작곡도 음반에 수록된다.

"그간 제 색깔이 '다크'하고 정적이었죠. 이제 어두운 마음을 버리고 싶은 탓인지, 사랑 노랫말도 예전같은 절절한 슬픔이 아니라, 회상하면 웃을 수 있는 여운이 담겼죠. 창법에서도 군더더기를 빼 담백한 솔 느낌이 날 겁니다. 슬로 템포 발라드도 비트가 강하고요."

그는 데뷔 10주년을 맞아 '거대한' 공연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규모보다 메시지가 거대한 공연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음 10년이 수월해지도록 음악적으로도 성숙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에게 가수 생활 10년이란.

"제 인생의 전부예요. 지난 10년을 뺀다면 제 인생은 송두리째 사라지니까요."

이 시간을 견뎌오는데 가장 큰 버팀목은 가족과 팬. 그는 어머니라는 말을 떼기 무섭게 눈시울이 붉어지며 결국 눈물을 뚝 떨어트렸다.

"아버지, 새어머니와 살다가 어머니와는 고1때부터 함께 살았어요. 제가 마음고생을 시켜드려 죄송하죠. 힘들어하는 저를 위해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주시는 어머니, 제게는 한없이 착한 형…. 또 식상하게 들리겠지만 응원해준 팬들이 없었다면 저는 마이크를 내려놓았을 겁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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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