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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잇] ‘비운의 만화가’는 이제 그만
신두영 2010-02-04

이유정의 <불량 뱀파이어>

만화가 이유정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어린 친구들은 더 알기 힘들겠다. 이유정은 곱상한 이름과 달리 꽤 나이 많은 아저씨다. 1994년에 데뷔해서 남성향이 강한(여자를 야하게 그리고 폭력적인) 만화를 활발히 발표하던 작가다. 대표작으로는 <가물치전> <미나> <아시안> 등이 있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그의 만화는 꽤 인기가 있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연재하는 작품마다 완결을 보지 못한 채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운의 만화가’로도 불렸다. 만화시장이 암흑기로 접어들면서 줄줄이 잡지들이 폐간되던 시기였다. 결국 그는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일본에서 선보인 <군바리>라는 작품은 우리나라 군대에 대한 이야기로 100만부씩 발행되는 고단샤의 <영매거진>에 연재되었고 단행본도 출간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파란만장한 여정 끝에 그가 돌아온 곳이 바로 네이버 웹툰이다. <불량 뱀파이어>를 자세히 보면 기존의 웹툰 형식이 아니라 한 페이지씩 끊어진 출판만화 형태다. 출판만화가 익숙한 세대로 만화 원고지에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렸던 이유정의 그림은 디지털에서도 안정감이 있다. 관록이 묻어난다. 예전에 비해 그림체가 좀 달라지긴 했지만 <불량 뱀파이어>의 그림은 여전히 유려하다. 특히 액션신에서는 빛이 난다.

<불량 뱀파이어>는 어린 여자 뱀파이어 ‘린’과 외로운 고등학생 ‘하루’가 주인공이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린과 하루의 풋풋한 사랑과 사악한 뱀파이어와 선한 뱀파이어들간의 전투, 이렇게 두 가지 큰 줄기로 흘러간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라면 너무 익숙한 주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독특한 설정이 없이도 이유정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이 있다. 매회 긴장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전개는 마우스를 놓지 못하게 만든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연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 작가님, 조금만 더 분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