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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월드컵을 기대한다
주성철 2010-03-12

동계올림픽 결과를 보고 있자니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독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아사다 마오의 완벽 클린 연기를 보고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또다시 세계 최고기록을 뽑아낸 김연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갈아탄 지 1년도 안돼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 등 딱히 민족주의자스런 발언을 하긴 싫지만 내 경험상으로도 확실히 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하긴 독하다. 현재 일본, 중국영화들에 비해 우리 영화들을 보면서도 그런 점을 느낄 때가 많다. 그것이 안 좋은 쪽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문제긴 하지만. 한번쯤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긴 하다. 어쨌건 안톤 오노는 은퇴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못 본다니 아쉽긴 하다. 혹시나 다음 평창동계올림픽(과연?)에 온다면 휴식차 들른 강원랜드에서 독한 타짜한테 걸려 개털되는 모습을 보고 싶긴 했는데….

이제 남은 건 월드컵이다. 3D방송도 한대서 괜히 솔깃한데, 아무리 3D방송이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할지라도 나이지리아나 그리스에 털리는 걸 보는 것만큼 어지럽기야 할까. 아무튼 나에겐 언제나 꿈꿔온 축구 국가대표 스쿼드가 있다. 기량과는 무관하게 잘생긴 선수들로만 구성된 꿈의 팀 말이다. 이동국과 조재진이 투톱으로 나서고 이관우와 백지훈, 기성용과 김남일이 두텁게 중원을 맡는다. 오른쪽과 왼쪽 윙으로는 각각 김주성과 이영표가 나선다. 중앙수비수로는 홍명보와 장대일이 제격이다. 우리 선수들 얼굴만 감상하며 돌파해온 상대선수가 마지막에 골키퍼 정성룡과 마주치며 흠칫 놀라 헛발질을 하는 거다. 그렇게 우리 선수들 얼굴에 기진맥진해 있을 때 정성룡은 골대에 기대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쉴 여유도 생길 거다. 그러다 후반 조커로 안정환이 교체돼 들어오며 경기는 마무리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크나큰 우려 때문이다. ‘양박쌍용’이라는 역대 최고의 선수들로 공격진을 꾸려놨더니 수비에서 물이 줄줄 샌다. 심지어 상대 공격수가 다가오면 저절로 열린다고 해서 ‘자동문’이라는 별명도 붙었더라. 무슨 ‘빽’이 있는 건가 의심이 갈 정도로 그렇게 못하는 선수들이 주전 붙박이로 오래도록 나온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최종까지 별 이견없이 그대로 갈 모양이던데 참 걱정이다. 공격수와 달리 수비수는 어느 정도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니까 계속 더 단련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게다가 얼마 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올해는 6·25 60주년이라 여러 우익단체의 가공할 이벤트 폭풍이 몰아칠 거라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무조건 16강에 가서 거리와 TV 모두 붉은 악마로 가득 차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6월23일 나이지리아전에서 16강 결정이 나지 싶고(물론 그전에 2패를 거두면 끝이지만) 그 최선의 결과가 조 2위라면 6월26일 밤 11시에 경기가 있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