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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죄수의 딜레마
이영진 2010-03-26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는 용의자 두명이 체포되어 독방에 수감됐다. 용의자들은 각별한 친구 사이다. 용의자들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갖고 있지 못한 경찰은 용의자들에게 협상을 제안한다. 협상안의 내용은 친구의 죄를 증언할 경우, 석방시켜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친구는 3년 옥살이를 해야 한다. 둘 다 협상을 거부할 경우, 경찰은 주된 죄목 이외의 혐의로 이들을 추궁할 계획이다. 이 경우, 용의자들은 각각 1년씩 감옥살이를 해야 한다. 둘 다 증언할 경우 주된 죄목을 적용해 똑같이 2년형을 받는다.

게임이론에 나오는 ‘죄수의 딜레마’ 중 흔한 예다. 당신이 용의자 중 한명이라 가정해보자. 친구의 처지를 고려할 만한 여유가 없다면, 당신은 무조건 밀고해야 한다. 친구가 협상을 거부했다 치자. 당신도 협상을 거부하면, 1년형을 선고받는다. 대신 밀고하면 풀려난다. 친구가 당신의 죄를 불었다면? 협상을 거부하면 3년을, 친구의 죄를 고하면 2년을 감옥에서 산다. 즉, 당신은 친구를 배신해야 1년을 번다. 친구 또한 마찬가지다. 합리적으로 선택한 배반은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경계도시2>를 보는 동안 사실 죄수의 딜레마가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목을 죄어오는 검찰의 포위망 앞에서 송두율 교수와 진보인사들이 기자회견의 수위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는 대목 때문이다. 추방을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전향을 할 수 없다는 견해와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처벌을 감수해야 하며 국적까지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고민 끝에 송두율 교수는 결국 사실상의 전향을 뜻하는 기자회견에 나선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협상을 받아들인 그들의 결말은 어떠했는가.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책은 없는 것일까. 모든 딜레마에는 강제적인 전제들이 따라붙어 있다. 죄수의 딜레마 또한 그렇다. 죄수의 딜레마가 발생하고 작동하려면, 용의자들은 절대로 소통해선 안된다.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이 전제를 문제삼는 것이다. 논쟁의 포연 속에서 한 진보인사가 묻는다. “송 교수 가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송 교수는 뭐라 답하지만, 그 말은 소란 속에 묻혀버린다. 소통을 가로막는 ‘경계’는 그러니까 우리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