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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액세서리] 그리고 ‘서룩스’ 안경은 태어났다

데이비드 린치 영화를 보면 어떻게 해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꿈을 꾼 듯, 무섭다. <카이에 뒤 시네마>와 ‘필름 코멘터리’에서 선정한 2000년대 최고의 영화 1위로 뽑힌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지극히 데이비드 린치적인 영화다. 폭력과 섹스, 미스터리와 스릴러, 분열과 혼돈이 뇌수와 신경세포와 척추까지 후벼 판다. 그중 단연 지배적인 건 현실과 환상의 충돌이지만, 그 진위를 알아내려고 해봤자 ‘나만 바보인가?’ 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 그저 섬뜩한 캐릭터들이 주는 묘한 불쾌함과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주인공인 나오미 왓츠(베티이자 다이안)와 로라 해링(리타인 동시에 카밀라)은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동시에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답다. 하지만 둘 다 음울하고 어두운 기운을 품고 있다. 이야기의 전개상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인물들, 예를 들면 건강효소식품을 파는 뚱뚱한 여자, 회의실로 에스프레소를 가져온 빨간 재킷을 입은 남자, 전화를 걸고 받는 남자들의 팔(기껏해야 팔뚝만으로 그렇게 음산해 보일 수 있다니) 역시 불길함의 전조로 유용하게 쓰인다. 이 영화 안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인물은 저스틴 서룩스(애덤 캐셔)다. 기묘함과 기괴함으로 범벅이 된 화면 속에서 골프채로 남의 차를 박살내는 지극히 평범한 방식의 분노를 보면 어쩐지 마음이 다 놓인다. 데이비드 린치는 이런 식으로, 2시간이 넘는 스토리 내내 겨우 숨이 쉬어지는 순간을 만든다.

슬슬 탈모의 진행이 보이는 M자 이마, 검은 곱슬머리, 폭이 좁은 얼굴과 얇은 입술을 지닌 애덤 캐셔는 지극히 소심하고 난감한 표정의 눈을, 테가 굵은 안경으로 감추고 다닌다. 완고해 보이는 검정 뿔테의 안경은 렌즈 프레임 바깥쪽과 다리 부분의 폭이 같다. 그러니까 보통의 남자 안경보다 훨씬 굵고 장식적인 윤곽을 갖고 있다. 렌즈에도 파란색을 넣어서 얼핏 선글라스처럼 보인다. 프랑스 빈티지 제품인 이 안경을 최근 다시 만든 건 뉴욕의 유명한 안경 가게 ‘모스콧’이다. 한때 조니 뎁이 어디든 쓰고 나타나서 유명해진 이 안경 브랜드는 옛날 남자 안경의 수수하고 담담한 멋을 꽤 세련되게 재현해서 조용히 소문이 났다. 모스콧에서는 오래전부터 단골 고객이던 저스틴 서룩스의 취향에 동의하고, 21세기 최고의 컬트영화인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기억하는 뜻에서 ‘서룩스’ 라인을 만들었다. 영화 속 애덤 캐셔의 안경과 완전히 똑같은 검정도 있고, 얼룩덜룩한 디테일이 섞인 ‘블론드’도 있다. www.moscot.com에서 249달러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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