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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식씨, 수상 거부 파동 전말
2001-12-19

청룡영화상 평론상 관련, 주최측 `후보들 반응 타진한 것일뿐` 변명처방이 내려졌다고 통증이 사그라드는 건 아닌가보다. 지난 12월12일 폐막한 제22회 청룡영화상을 둘러싼 사태가 그런 모양새다. 한 영화평론가의 수상 거부로 시작된 논란은 영화제가 끝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기서 일단 12월10일로 돌아가보자. 영화평론가 박평식씨는 이날 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영화제 사무국원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전해들은 내용은 `정영일 평론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으니 이튿날인 11일 오후 2시 조선일보사 2층에서 열리는 시상식장에 참석해달라`는 것이다. 이로부터 3시간 뒤 박평식씨는 영화제 사무국에 `정영일 영화평론상을 거부하며`라는 글을 보낸다. 그는 후원사가 조선일보임을 문제삼았다. 여기서 그가 보낸 글의 일부를 들춰보자. `조선일보는 이미 이 땅에 하나의 거대한 권력으로 군림하며, 평등과 정의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 …(중략)… 얼마 전 벌어졌던 <애기섬>을 둘러싼 문제는 조선일보의 본질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본다. 우리나라에 평등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기를 바라는 소박한 심정으로, 나에게 주어진 정영일 영화평론상의 수상을 거부한다.` 거부 사실이 알려지자, 영화제를 주최한 스포츠조선은 박씨는 수상자가 아니며 단지 후보였고, 다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무진이 착오를 일으켜 잘못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사무국 관계자 또한 `9일 열린 회의에 끝까지 배석하지 못한 사무국 직원이 잘못 알고서 연락을 취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행사 진행상의 실수로 빚어진 오해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주최쪽의 반응에 박씨는 `두메산골의 이장이라도 뽑는 행사였나? …(중략)… 나는 조선일보가 싫었고, 그래서 그 동네에서 주는 상을 거부했을 뿐이다. 여러 말 할 것도 없다. 누구보다 심사를 맡은 이들이 잘 알 것이다. 심사위원들의 양식을 믿는 나는, 그대들이 진실을 밝혀주기를 기대한다`고 응수했다.그렇다면 공은 9인의 심사위원들 중 평론상의 경우 다른 위원들로부터 추천 권한을 위임받은 강한섭, 변재란 두 위원에게 넘어간다. 12월9일 수상자 선정을 위한 전체 모임. 강한섭 위원은 회의 과정을 이렇게 전했다. `이날은 일단 세 사람을 후보에 올렸다. 최근 안티조선 등의 문제도 있고 해서 수상자를 뽑기보다 후보자를 선정한 뒤 수상 의사를 타진하기로 했다.`변재란 위원 역시 ‘오마이뉴스’와의 문답에서 `3명을 추천했지만… 후보 중 한명이었던 박씨가 상을 안 받겠다고 했고, 다른 후보들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상을 주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본상 시상이 있었던 12월12일, 주최쪽은 올해 정영일 영화평론상의 수상자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영화제 진행을 맡았던 스포츠조선 관계자는 `시상식을 늦추기까지 했는데 결국 마땅한 이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면서 `사실이 왜곡되면서 오해가 비롯된 게 분명한데 굳이 다른 후보들의 반응까지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지금으로선 12월9일 회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으로 덮기에 심사방식은 미숙했다. 한 영화인은 `도대체 어느 영화제에서 후보들을 선정해놓고 수상 의사를 묻는가`라고 반문한 뒤, `주최쪽의 해명 자체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한다. 카메라 플래시의 환호를 받았지만, 이번 영화제가 축제가 되기에 부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