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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不死)에 관한 흥미진진한 SF영화 <맨 프럼 어스>
김도훈 2010-09-29

<맨 프롬 어스>는 ‘불사’(不死)에 관한 흥미진진한 SF영화다. 지난 10년간 지방 소도시의 대학에서 고고학자로 일하던 존 올드맨 교수(데이비드 리 스미스)가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사를 가려고 한다. 고고학자, 신학자, 생물학자 등 다양한 친구들이 떠나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올드맨의 집에 모인다. 친구들은 올드맨 교수가 왜 갑자기 모든 것을 뒤로 남기고 떠나려는지 이유를 캐묻는다. 그러자 올드맨은 갑자기 환송회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은 그가 1만4천년 전부터 살아온 인간이었으며, 10년마다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농담처럼 여기던 친구들이 게임처럼 그의 과거를 캐묻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도 올드맨의 이야기는 지나칠 정도로 논리정연하다.

<맨 프롬 어스>는 <환상특급>의 한 에피소드로 어울릴 만한, 20만달러 제작비의 소품이다. 영화는 오로지 올드맨의 작은 오두막집 안팎에서만 벌어진다. 그러나 70년대 TV시리즈 <스타트렉>과 <환상특급>의 작가로 유명했던 제롬 빅스비의 재기있는 각본은 대화로만 이루어지는 영화에 팽팽한 긴장감과 SF 장르 특유의 경외감을 담아낸다. 신학과 고고학에 흥미있는 관객이라면 “부다의 가르침을 중동에 전파하려다 예수가 되어버렸다”는 올드맨의 이야기를 통해, 불교가 서방으로 전파되어 기독교가 됐다는 오랜 비주류 학자들의 논쟁을 곱씹으며 즐거워할 거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탐냈던 감독 중에는 스티븐 스필버그도 있었다. 만약 그가 제롬 빅스비의 시나리오를 대자본 블록버스터로 영화화했다면 올드맨의 14세기에 걸친 과거사를 거대한 특수효과로 전시했을 게 틀림없다. 생각해보니 그것도 꽤 재미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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