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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 then] 헬레나 본햄 카터 Helena Bonham Carter
김용언 2011-03-16

머천트-아이보리 필름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은 헬레나 본햄 카터의 출세가도와 그대로 겹친다. 대개 사랑스럽고 연약한 귀족 아가씨를 연기했던 그녀의 별칭은 ‘코르셋 퀸’이거나 ‘영국의 장미’였다. 대표적 이미지는 <전망좋은 방>이다. 푸치니의 아리아를 배경으로 경험한 첫 키스에 당황하던 여주인공 루시 허니처치의 앳된 얼굴은, 그러나 지나치게 시대극에만 갇혀버렸다는 헬레나 본햄 카터 자신의 조바심으로 이어졌다. 팀 버튼의 새로운 동반자로서 한동안 영국의 아름다운 초상화 세계로부터 달아나는가 싶었던 그녀가, 오랜만에 영국 귀족사회로 돌아왔다. <킹스 스피치>에서 말더듬이 왕 조시 6세의 아내 엘리자베스 왕비를 연기한 것. 조지 6세의 오른쪽에 치료사 라이어넬 로그가 있었다면 왼쪽엔 끊임없이 그를 다독이고 격려하던 엘리자베스의 강인한 의지가 존재했다. 나약한 귀족 처녀에서 자존심을 우아하게 지켜내는 법을 터득한 꼿꼿한 여성으로, 헬레나 본햄 카터의 커리어는 어떤 보편적인 여성의 성장기이자 승리담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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