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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6세의 내면 깊숙한 연기와 배우 '콜린퍼스'<킹스 스피치>
김용언 2011-03-16

1939년, 조지 5세의 아들 앨버트 왕자(콜린 퍼스)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사람들 앞에만 서면 말을 더듬는다. 그때는 막 라디오가 보급된 시기, 왕실의 권위는 방송 전파를 타고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시기였다. 앨버트는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시)의 도움을 받지만 전진과 좌절을 되풀이한다. 게다가 아버지 조지 5세가 숨을 거두자 형 에드워드 8세(가이 피어스)는 심슨 부인과의 사랑 때문에 왕위를 포기하고, 앨버트는 원치 않게 ‘조지 6세’의 자리에 오른다.

왕을 개인으로 들여다보기. <킹스 스피치>는 말더듬증이 억압된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에게 후천적으로 생기는 증후일 수 있음을 일깨우는 성장기이기도 하다. 로열 패밀리였기 때문에 앨버트는 왼손잡이였다가 강제로 오른손잡이로 전향했다. 안짱다리에는 보철을 댔고, 부모의 품에 안겨 따뜻한 사랑을 받는 일상은 어려서부터 포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형이 포기한 자리, 더할 나위 없이 무거운 의무인 왕위를 성실하게 받아들이고 “나도 말할 수 있으니까!”라는 절박한 외침에 스스로 답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감동적이다. 중간급 규모의 제작비로 이뤄졌기 때문에 코스튬 드라마에 기대하는 호사스런 비주얼은 거의 없지만 대신 콜린 퍼스라는 탁월한 배우가 조지 6세의 내면 깊숙이까지 침잠해 들어가는 심리 묘사의 스펙터클이 존재한다.

2차 세계대전 참전 결정을 내린 뒤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라이오넬이 조지 6세를 ‘지휘’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비록 배경으로 깔리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의 장중한 선율이 다소 안이하게 들리긴 하지만 상당한 전율을 안겨준다. 2011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휩쓴 화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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