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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컴퓨터, 외국어 능력이 중요하더라

CGV왕십리의 정영호 영사기사

멀티플렉스 극장의 영사실은 상영관 복도 위에 있다. 긴 복도 공간에 각 스크린을 향해 영사기가 설치되어 있다. 상영관을 찾아들어갈 때 한번쯤 복도 위 영사실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을것 같다. 디지털영화가 주류를 이루면서 영사시스템도 많이 달라졌다. <시네마천국>에서 보던 영사실의 로망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모든 게 첨단화되어 상영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영사기가 돌아가고 꺼진다. 그만큼 영사기사의 일도 줄어들었다고 생각하겠지만 3D, 4D 등 발전하는 영화 기술에 따라 영사기사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은 확대되는 추세다. CGV 멀티플렉스에서 6년째 영사기사로 일하고 있는 정영호씨에게 영사기사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매력이 있는지 들어보았다.

-영사기사는 어떤 일을 하나. =대부분 영화를 상영하는 일만 한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시네마천국>을 봐서 아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지금의 영사기사는 관객이 영화를 보는 상영관 내의 모든 환경을 관리한다. 스크린뿐만 아니라 음향장비, 조명, 온도까지 조절한다. 상영관에서 관객이 영화 보는 환경 전체를 컨트롤한다고 보면 된다.

-영사기사라면 <시네마천국>의 인상이 강한 게 사실인데,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은 뭔가. =디지털영사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영사기사는 컴퓨터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외국 엔지니어와 일할 일이 생기면서 외국어도 할 수 있으면 좋다. CGV는 4D 기술로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예전에는 일종의 테크니션으로서 필름 편집을 잘하고 기계를 잘 알고 전기설비를 다루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과거에 했던 일 외에도 일반 회사원처럼 컴퓨터 능력과 외국어 능력이 필요하다.

-필름 상영이 주가 아닌데 아직도 필름으로 상영하는 영화가 있다.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나. =필름은 한번 멈추면 다시 상영하기 힘들다. 관리를 잘못해서 스크래치가 발생하면 고객에게 이상이 있는 상태로 계속 영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영 중에도 자주 확인을 해야 한다. 필름영사기는 유지보수에도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4D나 3D영화는 일반 영화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4D영화는 환경 이펙트라고 해서 물, 바람, 향기, 포그, 레이저 빛 등이 나온다. 좌석도 움직이는데 이런 이펙트를 영사기사가 운영한다. 4D이펙트를 만드는 분들은 따로 있다. 영사기사 출신이 많은데 장비를 이해해야 하고 극장 시스템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3D영화에서 주의할 점은 좌우가 바뀌지 않게 하는 것이다. 좌우가 바뀌면 영화가 입체적으로 튀어나와야 하는데 들어가버린다. 스크린이 울렁거리면 어지러울 수 있다. 이런걸 방지하기 위해서 체크를 많이 한다.

-영사기사로 얼마나 일했나. 어떻게 해서 영사기사 일을 하게 되었나. =정직원으로 일한 지는 6년 정도 되었고 그전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3년 정도 일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군생활을 했는데, 국립 정신병원에서 근무를 했다. 병원에서 수요일마다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영사기를 만져볼 수 있었다. CGV강변에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면접을 봤는데 그때 영사기를 몇 번 돌려본 적이 있다고 하니까 영사실에서 아르바이트 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더라. 그때가 1999년이었다. 그때만 해도 영사실에 아르바이트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자격증을 따고 정직원이 되었다.

-영사국가기술자격검정 시험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이 자격증 시험을 산업안전공단에서 주관했는데 지금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관할하고 있다. 시험 관련 책이 서점에 많이 나와 있다. 필기와 실기시험을 본다.

-상영 중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식으로 사고가 발생하나. =영사기사는 정전을 가장 무서워한다.(웃음) 되도록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필름영사기의 경우에는 상영 중에 필름이 튕겨져 나가기도 한다. 디지털영사기는 영사기 안에 있는 램프가 터져버린다. 상영중에 램프가 터진 경험이 있는데 그때는 10분 안에 빨리 교체를 해야 한다.

-요즘은 극장에서 행사도 많이 한다. 월드컵 기간에 축구를 보기도 하고 영화 제작발표회등도 이뤄지는데 이런 행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되나. =영화 제작발표, 드라마 제작 발표가 많다. 월드컵 축구 상영할 때는 영사기사 출신의 기술지원팀과 협의해서 일을 진행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프러포즈 이벤트도 많다. 프러포즈를 위한 동영상을 틀어주고 마이크을 세팅해준다. 용산에서 일할 때 친구의 프러포즈 이벤트를 직접 해준 적도 있다. (웃음) 고백할 때 노래도 많이 부르기 때문에 MR도 틀어준다.

-영사기사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우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영사기사가 됐으면 좋겠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외국어 능력도 많이 도움이 된다. 전공은 상관없지만 디지털영사시스템이 주가 되면서 컴퓨터 능력도 있으면 좋다. 주로 서버 관리 시스템이 리눅스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있으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