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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 방송 언어보다 영화 언어에 친숙해야
신두영 사진 최성열 2011-04-12

영화 정보 프로그램 <출발! 비디오 여행>의 김재경 작가

일요일에 늦잠 자고 일어나서 보기 좋은 프로그램은? <씨네21> 독자라면 아마도 <출발! 비디오 여행>을 답으로 내놓지 않을까. <출발! 비디오 여행>은 1993년에 시작된 MBC의 영화 정보 프로그램으로 800회가 넘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김재경 작가는 <출발! 비디오 여행>의 작가로 7년 동안 일했다. 300편이 넘는 방송을 해온 그녀를 통해 영화 정보 프로그램의 작가들이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살펴봤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작가는 어떤 일을 하는가. =보통 막내 작가들은 섭외와 자료조사만 몇년씩 하는데 이곳 시스템은 일반 방송작가와 조금 다르다. 섭외와 영화 하이라이트가 담긴 EPK 테이프 등 자료를 주고받는 걸 PD들이 한다. PD가 자료를 받아서 편집해주면 그 영상에 맞는 글을 쓴다. 시청자가 보는 영상에 내레이션만 빠진 편집본을 받아서 내레이션을 채워서 보내주는 일을 하는 거다.

-프로그램에서 어떤 코너를 맡고 있나. =오래전부터 <출발! 비디오 여행> 하면 생각나는 목소리인 이철용 성우가 더빙하는 기획 코너를 담당해왔다. 그리고 윤성호 감독님이 진행하는 신작 소개 코너인 ‘뭘 볼까’도 내 담당이다.

-같이 일하는 작가들은 어떤 분인지 궁금하다. =메인 작가 언니는 ‘김생민의 기막힌 이야기’와 ‘무비유환’을 쓰신다. 경력이 거의 10년 넘었고 KBS, SBS, MBC 영화 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하셨다. ‘김경식의 영화 대 영화’는 <필름2.0>에 계시던 김세윤 기자님이 맡고 계신다. <필름2.0>에 계셨던 김혜선 기자님, 이지훈 편집장님도 함께했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은 10년차 메인 언니가 오기 전에는 전문 방송작가랑은 일하지 않았다. 초기 멤버는 거의 기자들이었다. 나는 공채로 들어왔다. 나 이외에는 이런 사례가 없다. 내가 유일한 공채 작가다.

-입사 과정은 어땠나. =지금 서바이벌 프로그램 유행하지 않나. 그때 신입 작가를 서바이벌로 뽑았다. 마지막에 어떤 남자분과 딱 두명 남았을 때, 지금 생각하니까 굉장히 극적인데, 마지막 미션으로 ‘거들떠보자’라는 기획 코너를 쓰게 했다. 그리고 방송을 보면 누구의 대본이 나오는지 알게 될 거라고 했다. ‘거들떠보자’는 프로그램 끝에 나오는 건데 그거 볼 때까지 12시부터 1시간 가까이를 마음 졸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내가 제일 말을 잘 듣게 생겨서 뽑았다고 그러더라. (웃음)

-예전 <출발! 비디오 여행>에선 결말까지 다 보여준다, 그런 식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다. 예고편이 다인 영화도 꽤 있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재미없는 코미디영화의 경우 홍보사에서 재미있는 것만 골라서 편집해서 보내준다. 방송이 영화 팬들을 위해 존재하기도 하지만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장면을 쓸 수밖에 없다. 게시판을 보면 “솔직히 말해라. 나는 3사 영화 프로그램을 똑같은 곳에서 만드는 걸 알고 있다” 이런 글을 올리는 분이 있다. 요즘은 이런 불만이 더 많다. 3사가 똑같은 EPK 테이프를 받는다. 조금이라도 다른 장면이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재미있는 부분을 쓰다보니 프로그램들이 비슷해지게 된다.

-과거에 비디오 대여점이 많은 시절에는 <출발! 비디오 여행>이 비디오 빌리는 데 영향을 많이 미쳤는데, 요즘은 대여점 자체가 없어졌다. =아주 예전엔 비디오 대여 순위도 방송했다. 비디오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건데 <신과 함께 가라>의 비디오테이프 패키지를 보면 ‘<출발! 비디오 여행> 추천작’ 이렇게 써 있다. 그만큼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컸었다.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케이블 프로그램도 많고 인터넷 등 매체가 많아져서 영화 정보를 얻기가 쉬워 젊은 사람들은 잘 안 보는 추세다. 10년 전에 20대 여성이 주 시청층이었는데 지금은 30대 여성이 주 시청층이다. 예전에 보던 사람이 본다는 얘기다. (웃음) 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청률에서 <출발! 비디오 여행>이 <전국노래자랑>을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800회 넘도록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회식할 때 “타도! 송해” 이렇게 말하고 술을 마신다.

-영화 프로그램의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소양이 필요한가. =일단 영화를 많이 보면 좋겠다. 자동적으로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는 거니까. 영화 보는 게 일이 되었을 때 좋아하겠는가는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 동시에 약간의 예능감도 필요하다.

-글쓰기에 관련해서 어떤 면이 중요한가. =영화 프로그램은 보통의 방송작가들이 쓰지 않는 어휘력을 좋아한다. 그래서 <출발! 비디오 여행>은 되도록 방송작가들과 일을 안 하려 한다. 방송작가답지 않으면 좋다. 영화 프로그램 작가가 되려면 방송보다는 영화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시나리오작가가 되려고 했었다. 시놉시스만 2GB 정도 된다. (웃음) 시나리오작가가 최종 목표고 가깝게는 ‘나의 영화 유적 답사기’ 이런 컨셉으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화 촬영지들을 돌아보는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여행기를 책으로 내고 싶다. 관심있는 출판사는 연락 바란다고 꼭 써달라.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