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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유대인으로서, 북한 수용소 결코 용납 안돼
김용언 사진 백종헌 2011-06-28

<김정일리아> N. C. 헤이킨 감독

탈북자 12명이 카메라 앞에 섰다. 공포와 빈곤과 굶주림에 짓눌려 살았던 북한에서의 기억, 탈북 과정에서의 끔찍한 고초에 대해 진술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애써 무덤덤하고 때로 울음으로 끊어진다. 인권 회의에서 탈북자의 증언을 처음 듣고 충격받아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김정일리아>를 만들게 됐다는 N. C. 헤이킨 감독이 개봉을 앞두고 내한했다.

-<김정일리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인권문제에 대해 그다지 잘 아는 편은 아니었다. 간간이 신문을 통해서 정보를 접하는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김정일리아>의 프로듀서를 맡은 남편 로버트가 프랑스쪽 인권단체에 참여하면서, 일본에서 열리는 인권 컨퍼런스에 따라가게 됐다. 그때 탈북자 강철환씨의 증언을 듣고 아무런 죄도 짓지 않은 9살짜리 어린이가 수용소에 격리되어 살았다는 것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나는 유대인이다. 나의 가족 일부도 유대인 수용소에서 사라졌다. 이같은 현실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한국인이든 유대인이든 아프리카인이든 다시는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다.

-제작에 3년이 걸렸다고 들었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한국의 상황에 대해 사전 취재를 많이 했을 텐데. =일단 구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많이 읽었다. 프랑스 언론인 피에르 리굴로와 강철환씨가 같이 쓴 책 <평양의 수족관>도 읽었고, 북한 인권에 관심을 둔 단체들에 자료를 요청했고, 워싱턴의 북한 연구기관에서도 공부했다.

-혹시 북한 인권을 다뤘던 남한의 방송용 다큐도 본 적 있는가. =못 봤다. 한국어 자료는 내가 읽지 못하니까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번에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짐 버터워스, 아론 루바스키, 리사 슬리스가 탈북자에 관해 만든 다큐멘터리 <서울 트레인>, 안드레 피딕의 <요덕 스토리>,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만든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는 봤다.

-인터뷰이들은 어떻게 접촉했나. =우선 강철환씨가 김영순 할머니를 연결해주었다. 북한 전문가 안드레아 란코프 교수 역시 여러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또 옥스퍼드대학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는 여성이 탈북자 여성 4명을 소개해줬고, 그중 2명이 <김정일리아>에 출연했다. 내가 알기로 <김정일리아>를 만들기 전까지 탈북자 인터뷰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다큐멘터리는 없었다. 난 클로드 란츠만의 홀로코스트 다큐멘터리 <쇼아>에 영감을 받아 직접 증언을 통해 북한의 참상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

-공부한 내용과 실제 인터뷰 사이에는 간극이 컸을 텐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수용소에서 태어난 신동혁씨의 삶이었다. 노예처럼 살며 수용소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채 죽을 운명이었다는 게 끔찍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당해 성노예로 5년을 살 수밖에 없었던 탈북자 여성도 가슴 아팠다. 그나마 그녀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자기를 사간 남자는 착한 편이었다고, 다른 탈북자 여성들이 길가에서 끌려다니며 매 맞는 광경도 보았다고 증언했다.

-<김정일리아>에 대해 한국과 해외의 반응이 많이 다를 것 같다. =북한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해외에선 오히려 <김정일리아>를 받아들이기 쉬운 것 같다. 특히 공산주의 정권을 경험한 동유럽 국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난 <김정일리아>를 통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라고 주장한 게 아니라 그저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부산영화제 당시 어떤 관객이 “매스미디어든 정부든 북한에 관해 거짓말만 하고 있다. 왜 내가 당신을 믿어야 하는가”라고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 난 예술가다. 이 사람들을 직접 만났고 그 눈물을, 감정을 봤다. 이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닌 바에야 거짓말일 리 없다. 난 어떤 정부에서든 돈이나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이익 관계를 떠나 범죄 현장이 중단되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예전에 선댄스영화제 워크숍 자리에서 <김정일리아>를 상영했을 때도 기억난다. 그때 미국 캘리포니아로 입양된 코리안 아메리칸 여성을 만났는데, “사람들이 김정일을 악마 같은 독재자로 묘사하고 비난하는 것에 질렸다”라고 하더라. 굉장히 놀랐다. 김정일이 좋은 사람이라면 그런 수용소를 운영하면 안되지 않은가.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절대로 믿을 수 없다. 당신은 한국 관객의 반응이 어떨 것이라고 예상하나.

-음… 극단적으로 갈릴 것 같다. 남북관계의 긴장에 대해선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런 정치적, 역사적 문제가 관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분단 자체가 안 일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난 한국 관객이 <김정일리아>를 통해 북한 인권활동에 활발히 참여해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식은 배포할수록 변화의 가능성을 더 넓힐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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