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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진솔한 화법 <덴 쉬 파운드 미>

성장담은 십대 소년소녀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흔줄에 접어든 여자에게도 질풍노도의 시기는 찾아온다. 어리바리한 남편은 바람 피워서 미안하다며 시댁으로 도망가버렸고, 간절히 바랐던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심장이 멎어버렸다. 아이가 안 생기면 입양이라도 서두르라며 바가지를 긁던 어머니는 죽어버렸고, 40년 만에 나타난 생모는 지역방송 쇼 호스트인데 “네 아빠는 스티브 매퀸”이라 말하는 대책없는 허풍쟁이다. 인생이 꼬일 대로 꼬인 에이프릴(헬렌 헌트)에게 유일한 위안은 신경쇠약 직전의 이혼남 프랭크(콜린 퍼스)뿐이다. 하지만 그도 애가 둘이나 딸린 몸이고 그 애가 자신이 담임을 맡아 돌보고 있는 초등학생이다 보니 연애가 쉽지만은 않다. 자기 짐만 한 짐인 그 남자, 그 여자의 사랑은 산 넘어 산이다.

<덴 쉬 파운드 미>는 자칫 식상한 중년 로맨스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들린다면 스스로도 쉰을 바라보는 헬렌 헌트의 진솔한 화법 덕택일 것이다. 감독과 주연을 겸한 그녀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난감한 사내의 괴팍한 사랑방식을 인내하고, <왓 위민 원트>에서 사토라레로 분한 멜 깁슨에게 차도녀의 숨겨진 욕망을 다 내보였던 것처럼 이번 데뷔작에서도 중년의 위기를 통과하는 여자의 심정을 꾸밈없이 묘사한다. 하지만 연기 위주의 연출은 아쉽다. 오로지 대사의 힘으로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는 능력은 배우의 그것으로는 충분할 수도 있으나 감독으로서는 부족해 보인다. 불필요한 기교를 더하지 않아 단출한 촬영과 편집이 나쁘지는 않지만 영화적 효과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감독의 답과 배우의 답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케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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