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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나꼼수>의 치명적 매력
오계옥 2012-04-13

정말 오래 기다렸다. 뭘 말이냐고?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봉주 9회분을. 그렇다. 나는 “국내 유일의 BBK 실소유주 헌정방송”인 <나꼼수>의 열혈 청취자다. <나꼼수>는 나를 유쾌 상쾌 통쾌하게 해준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주고 낄낄 하하 호호 웃게 만든다. 이 나이쯤(?) 살다보니 큰소리로 웃을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나이가 어린 사람도 비슷할 수 있지만 말이다. <나꼼수>는 재미가 살아 있다. 내용은 심각하고 분통 터지는 일투성이인데도 다양한 유머가 넘쳐나서 듣고 있으면 너무나 즐겁다. 원래부터 나는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사람을 유난히 좋아했던지라…. 사뭇 진지한 태도로 시종일관 옳은 소리만 하는 사람 정말 매력없지 않나! 기묘한 조합이라 할 수 있는데 <나꼼수>의 치명적인 매력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남자들의 이상형인 베이글녀의 경우와 비슷하지 않냐고 우긴다면 너무 막나가는 건가? 그럼 이건 어떤가. 장기 흥행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춘 영화에 비유하는 건.

김용민의 현란한 성대모사와 엽기발랄한 편집, 재능기부로 만들어졌으리라 강력히 추정되는 다양한 버전의 각하헌정 로고송들의 창의적 신선함, 듣다보면 혀를 내두르게 되는 그 팩트의 디테일함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니 혹 아직도 <나꼼수>를 들어보지 못한 분들은 필히 들어보길 강추하는 바이다. 특히 깔때기의 달인 정봉주 전 의원이 그곳(?)으로 들어가기 전의 초창기 <나꼼수>를 말이다.

정치적 지향성은 있어왔지만 오랜 기간 체화된 정치적 열패감 때문에 선거 당일 행사하는 소극적인 한표만으로 만족해왔던 내게 <나꼼수>는 하면 된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우쳐주었고 또한 그에 따른 달콤한 성취감도 맛보게 해주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말이다.

방송 때마다 쉬어서 갈라터진 목소리로 김어준 총수가 외치는 “아무도 쫄지 마!”라는 클로징 멘트의 강력한 무한반복 최면효과 덕분이라 생각한다. 나만 해도 그 절규와도 같은 멘트를 들을 때면 정신이 번쩍 들었으니까. “그럼~ 난 쫄지 않아. 그나저나 당신 목소리나 걱정하라고. 언제까지 갈라터진 목소리를 참아야만 하냐고!” 이러면서 나도 모르게 김어준 총수에게 변치 않을 충성과 애정어린 충고를 보내게 된다. 그나저나 <나꼼수> 봉주 9회에 나온 “쌍두노출 프로젝트”의 전말이 궁금한 분은? 닥치고 다운로드!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