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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코미디를 배울 타이밍
이다혜 사진 오계옥 2012-04-24

<멋진 악몽> 후카쓰 에리

후카쓰 에리는 일본 TV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의 형사 스미레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90년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경찰물인 이 시리즈에서 후카쓰 에리는 조그마한 체격에 당찬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미타니 고키 감독과의 4번째 작품인 <멋진 악몽>에서 연기한 변호사 에미는 15년 전의 스미레를 연상시킨다. 정의감에 똘똘 뭉친, 선량하고 반듯한. 영화 홍보를 위해 서울을 찾은 그녀와의 인터뷰는 미타니 고키 감독 인터뷰와 함께 이루어졌다. 두 사람은 때로 만담 콤비처럼 웃음을 주고받았다.

-미타니 고키 감독과 작업을 여러 편 같이 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된 인연인가. =<서유기>라는 영화 촬영을 할 때 미타니 감독이 게스트 출연을 위해 현장에 왔었다. 그때 처음 인사를 했고, <매직 아워>에 캐스팅되어 지금까지 인연이 계속되었다. <매직 아워> <멋진 악몽> 외에 TV드라마와 연극까지 총 4편을 함께 작업했다.

-노래도 직접 한다. 미스 하라주쿠로 데뷔했는데, 처음부터 연기 지망이었나. =이런 세계에 들어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일본 규슈에서 태어나 거기서 13살까지 자랐다. 처음에는 도쿄라는 장소를 동경해서 호기심 때문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도쿄에서도 하라주쿠가 모두가 동경하는 곳이기도 했고. 여튼 13살 때 도쿄에 왔다. 미스 하라주쿠에 나가게 된 계기는… 하라주쿠에서 첫 번째 가는 소녀를 고른다, 이런 콘테스트가 있다는 걸 친구가 발견해서 알려주었다. 규슈 시골에서 온 아이가 미스 하라주쿠가 된 셈이다. 그때 최종심에 오른 아이들은 하라주쿠까지 공짜로 보내줬으니 나로서는 부모님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갔다는 데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거기 가서 우승을 했다. 처음엔 그저 도쿄에 가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미타니 감독이 끼어들며) 그럼 초졸인가. =고등학교까지는 졸업했다.

-(미타니 감독, 웃으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쩐지 알 것 같아, 그런 건가. (웃음)

-두 사람이 여러 편 함께 작업했는데 장단점은 뭔가. =(미타니 감독이 심각한 얼굴을 하더니) 나쁜 점은 하나도 없다. 다만 4편이나 함께했는데, 촬영장이나 이런 홍보행사가 아니면 사적으로는 전혀 알지 못해서 미스 하라주쿠였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고 충격을…. (웃음) 후카쓰는 일하는 곳에서는 완벽한 배우다.

=나도 감독님을 사적으로는 전혀 알지 못한다. 모르는 편이 나은 것 같기도…. (웃음) 나는 같이 일하는 배우나 감독과 친해지는 유형이 아니라 일하는 곳에서 공통점을 찾아가며 작업하는 편을 선호한다. 오히려 사적인 자리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유형이랄까. 미타니 감독은 지금까지 내가 본 감독들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이다. 수수께끼랄까, 미스터리한 데가 있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연극 무대에도 여러 번 올랐다. 연극과 영화 연기, 어떤 차이가 있나. =근본적으로는 연극과 영화 연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프레임이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보여줄 것을 정할 수 있다면, 연극은 넓은 공간에서 누가 무엇을 보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될 뿐이다. 그래서 연극이 신중하고 섬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앞에서 모두 보고 있고 ‘다시 한번’이라는 게 없잖나. 연극 무대에서는 부서지기 쉬운 것을 조심조심 옮긴다는 느낌으로 연기한다. 영화는 세트나 현장 상황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 되려나.

-<멋진 악몽> 출연을 결정할 때 가장 매력적이었던 점은. =일본에는 코미디영화가 거의 없어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코미디라는 걸 알고 싶었다. 게다가 미타니 감독이 아니라면 배울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 물론 내용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배울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미타니 감독 작품이 아니면 같이 연기할 수 없는 배우들이 모이게 되니까. <매직 아워>에서 애인 역을 했던 니시다 도시유키와 연기할 수 있었던 것도 굉장히 큰 의미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계속 같이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가. =사람들이 내 역할을 보고 위안을 얻고 살아갈 힘을 얻으면 좋겠다. 공감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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