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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희망을 말하고 싶다, 그게 3·11의 경험이다”
이후경(영화평론가) 사진 최성열 2012-05-03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은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

<울트라 미라클 러브스토리>(2009)로 지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요코하마 사토코 감독. 그녀가 이번에는 단편 <치에미와 코쿤파초>(2005), <한밤중에 활극을>(2010), <할머니 여자아이>(2011)를 들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았다. “장편이 여의치 않으면 단편이라도 만들어야 영화를 만드는 힘이나 영화적인 것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는다”라는 그녀의 단편은 장편만큼 톡톡 튀는 기운으로 충만했다. 그녀에게 각각의 영화가 탄생한 과정에 대해 물었다.

-데뷔작 <치에미와 코쿤파초>를 다시 보니 어떤 느낌이 들던가. =영화가 곧 당시의 나 자신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도 아는 것밖에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향인 아오모리에 가서 고향 말로 찍은 영화다.

-<한밤중에 활극을>과 <할머니 여자아이>는 해외배급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작업이었나. =<한밤중에 활극을>은 <한밤중>이라는 일본 문예지의 제안으로 만들게 된 거다. 15분짜리 단편 시나리오를 잡지에 게재하고 그 촬영본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3·11 대지진 직후라 영화를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여건이 안됐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라는 것이 대체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무리를 해서라도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할머니 여자아이>는 2년 전 쓰고 있던 장편이 진척이 없어서 스트레스가 심했을 때 만든 거다. 독립영화라도 찍고 싶어서 가까운 동료들을 모아서 찍었다. 시간과 돈이 부족하니까 집 안에서 간단히 찍을 수 있는 이야기여야 했고, 이전에 한번도 부부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해보면 재밌겠다 싶었다. 서로 다른 두 인간이 한 공간에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 거기에 어떤 아름다움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고.

-영화를 만들 때 자신이 여성감독인 점을 의식하는 편인지. =의식적으로 여성영화를 만들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태어나서 33년 동안 여자로 살았기 때문에 스스로 남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여성에 대해 쓰고 있다. 그러니 내가 여성영화를 만들고 있다면 사회적 측면에서가 아니라 생리적 측면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님의 팬이라 예전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감독님은 여성감독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며 화를 내시더라.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영화사적으로 여성감독이 많지 않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나를 차별적 의미에서 여성감독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별로 신경은 안 쓴다.

-당신 영화에는 꼭 아이나 아이 같은 성인이 등장한다. =스스로 어른들의 논리적인 삶에 대한 혐오감이 있다. 아이들은 삶을 합목적적으로 살지 않아서 좋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 동물적으로 반응하는 아이들의 존재방식에 흥미를 갖고 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지 않나. 그게 영화의 이해할 수 없음과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아는 것만 찍다가 모르는 것이 영화 속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하나. =아는 것만 찍으려고 해도 언제나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웃음) 내가 지향하는 것, 찍고 싶은 것에 가까워지려고 노력은 하는데 항상 거기에 도착하지는 못한다. 매번 다음 작품에서 더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한밤중에 활극을>은 영화에 대한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의미하는 상자의 안팎 구분이 모호하다. 의도한 바인가. =시나리오에는 상자 안과 밖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썼다. 상자 밖과 영화 안의 세계를 파란 옷을 입은 소녀가 월경(越境)하는 거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서는 촬영감독도 나도 지금 찍고 있는 것이 상자 안인지 밖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어떻게 붙이지, 하면서. (웃음)

-상자가 폭발한 뒤 밝은 종소리로 영화를 끝낸 이유는 무엇인가. =간지럽지만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죽어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고. 어떻게든 영화를 밝은 쪽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게 바로 3·11의 경험이었다.

-차기작은. =준비 중인 장편이 있다. 3·11 이후 일본의 근미래를 그린 SF로 1고는 나왔고 2고를 쓰고 있다. 촬영이 언제 들어갈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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