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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진짜 다이어트, 내 손 안에 있소이다
이효리(가수) 일러스트레이션 이선용(일러스트레이션) 2012-07-09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옷차림이 얇아지고 짧아진다. 날씨가 이럴 땐 나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 특히 여성들의 화두는 다이어트다. 옷차림이 간소해지는 만큼 날씬하고 예뻐 보이는 게 중요해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질문을 쏟아낸다. “니가 광고하는 다이어트 보조식품 정말 효과있니?” “채식하면 정말 살이 빠져?” 13년간 연예계에 몸담은 나도 다이어트라면 박사가 될 만큼 많이 해봤다. 작정하고 굶기도 했고 하루 8시간씩 미친 듯이 운동도 했고, 그때그때 유행하는 다이어트법에도 도전해봤다. 덴마크 다이어트라거나 원푸드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등 정말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다.

다행히 선천적으로 몸매 유지가 잘되는 체질을 타고났지만, 예전엔 폭식과 폭음을 일삼다가 늘어나는 뱃살과 사라져가는 허리선의 공포에 시달린 적도 있다. 그래서 앨범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땐 수험생 벼락치기하듯 몸도 벼락치기로 급조해야만 했다. 일주일씩 굶어도 여의치 않을 땐 발전해가는 포토숍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많았다. 그럴 때면 몸도 마음도 참 힘이 들었다.

사실 다이어트의 핵심은 딱 하나다. 먹는 열량보다 쓰는 열량이 많으면 살은 빠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단순한 원리를 실천에 옮기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좀더 쉽게 살빼는 방법을 찾느라 바쁘다. 한약을 먹거나, 침이나 주사를 맞거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경락 마사지를 받거나, 다이어트 식품이나 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심지어 다이어트 음악도 있단다. 그런 여러 가지 방법들이 보조적인 역할을 해줄 수는 있을 테지만 오로지 그것만으로 원하는 몸매를 갖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은 뒤 내가 터득한 방법은 하나다. 식습관과 생활습관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안 좋은 습관으로 혼란스러워하던 내 몸의 밸런스를 다시 맞춰주고, 내 몸 스스로 불필요한 것을 바깥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기상과 취침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등 사소한 것들을 습관화하면 몸을 많이 움직이게 되어 헬스클럽에서 두어 시간 운동하는 것보다 더 큰 열량을 소비할 수 있다. 먹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열량은 높은데 영양소는 적은, 섬유질이 적고 기름기가 많아 소화와 배출이 어려운 음식들보다는 신선하고 영양소가 많은 음식을 적당하게 잘 먹어주면 우리 몸의 순환계가 깨어나 자연스럽게 잉여의 살들이 빠져나간다. 그런 다음 다이어트 보조식품 등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을 더한다면 정말로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내 몸을 믿고 적절히 도와주는 것이다. 내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디가 힘들어하고 어디가 막혀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조금씩 조금씩 내 몸을 위로해주고 편들어주자. 몸은 더 움직여주고 장기들은 조금 더 쉬게 해주자. 이런 다이어트는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더 오래오래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는 시작하는 순간 결과를 보고 싶어 한다. 조급증에 걸린 사회의 풍토가 뭐든 쉽고 빠르게 결실을 얻어야 한다고 우리를 몰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고층빌딩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이 끝내주는 헬스클럽에 가입한 뒤 오고갈 때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면 과연 살을 뺄 수 있을까? 조금 속도를 늦춰서 천천히 가보자. 삶도 슬로하게, 푸드도 슬로하게, 그리고 다이어트도 슬로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