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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수만년 전부터 흘러온 소리

<잊혀진 꿈의 동굴>

다큐멘터리 <잊혀진 꿈의 동굴>이 흥미로웠던 건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이 다국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곳 중 하나가 <히스토리 채널>이라는 점. 같은 다큐멘터리 채널이라도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달리 <히스토리 채널>에서는 외계인, 고대문명, 좀비, 비밀무기, 음모론 같은 ‘오덕’ 냄새가 나는 소재를 다룬다(독일제 무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2차대전 다큐멘터리 때문에 ‘히틀러 채널’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덕분에 <잊혀진 꿈의 동굴>은 교육적인 다큐멘터리보다는 SF블록버스터에 등장하는 자료화면 같은 인상을 남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음악도 흥미로운데,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네덜란드의 첼리스트 에른스트 라이즈제거의 스코어가 그 상상력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무조곡으로 채운 이 스코어는 첼로 고유의 소리뿐 아니라 심장박동, 관악기의 원형적인 소음과 중창단의 코러스, 전자적 노이즈, 틈틈이 적용된 리버브가 형성하는 분위기로 동굴 속에 그려진 수만년 전 벽화와 뼈, 고대인들이 남긴 악기와 그 흔적을 탐구하는 영화의 터널을 인도한다. 경외심과 감탄을 자극하는 신비하고 기묘한 분위기의 이 음악이야말로 베일에 싸인 미지의 동굴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마침내 영화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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