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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에버랜드, 네버랜드

<이득영 사진전: 공원, 한강>

이득영_<공원>_2013년.

기간: 4월28일까지 장소: 일민미술관 문의: ilminart.org

전시장 1층에 있는 사진들을 보고 오프닝날 관람자 몇이 내뱉은 탄성. 아, 너무 예쁘다. 사진가 이득영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전시에 선보인 그의 신작은 색감도 구도도 사진 상태도 확연히 ‘예쁘다’는 형용사가 어울려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단풍 든 나무와 호수, 구획된 공간은 최상의 ‘조경’ 상태를 보여준다. 절정에 이른 단풍과 극도로 꾸며진 인공풍경의 조합이다. ‘에버랜드’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어쩌면 불가능한 장소다. 에버랜드와 ‘사파리’, ‘자유이용권’은 포털 사이트 연관검색어다. 지난해 10월30일, 이득영 작가가 헬기를 타고 고공에서 찍은 공원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기묘하고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미지로 다가온다. 작가는 ‘파라다이스’의 시각에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원에 접근했다고 말하는데, 사진을 보다보면 ‘공원’을 둘러싼 각개각투의 욕망이 떠오른다. 이를테면 공원의 소유자와 방문자가 이 지상낙원을 다루는 태도, 공원을 사유화하는 방식 등.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못 보던 지도와 그 속에 은밀하게 난 좁은 통로 등을 발견하게 된다.

2층에는 서울의 밤 풍경이 전시장 벽에 휘감겨 있다. 한강을 따라 서울의 북쪽과 남쪽을 카메라에 담은 작가의 ‘두 얼굴’ 연작(2010년작)의 밤 버전인 셈이다. 배를 타고 잠실에서 김포, 한강 곳곳을 치밀하게 찍은 작가에 의해 까만 한강과 그 사이 높고 낮게 솟은 건물들, 반짝이는 조명등이 드러난다. 서울 거주자의 경우 거대한 밤 사진에서 자신의 위치(집)를 점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이어붙인 거대한 파노라마 작업은 일민미술관의 벽(wall) 흐름을 타고 흐른다. 1만여장의 사진이 144m에 걸쳐 이어진다.

서울에 살고 한강을 통과해 이곳저곳을 이동하고 있음에도 이득영이 찍은 한강과 공원은 낯설다. 항공촬영을 위한 허가와 경비, 비행의 어려움과 데이터 분석에서 오는 ‘치밀함’이 상투적인 서울에 관한 이미지와 그의 작업을 구별하게 한다. 치과의사를 병행하며 사진 작업을 하는 작가는 제한된 조건에서 치밀한 계획을 세워 누구보다 대담하게 작업을 진행한다. 미술관쪽이 밝히길 여러 공원의 모습을 더 촬영하고자 했지만 헬기를 띄우는 허가문제 등 여러 제약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한다. 롯데월드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 속의 놀이기구와 사람들은 어떻게 보일까. 시각문화의 주제를 묵직하게 건드리는 작가의 전시에 맞춰 4월엔 <일민시각문화> 7권이 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