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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이번엔 무대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

기간: 4월6일부터 오픈런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문의: 1544-1555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버전 공연이 드디어 서울 무대의 막을 올렸다. 라이선스 초연이라는 공연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지난겨울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의 개봉과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 새 출간, 김연아 선수의 경기에 사용된 음악 등 계속된 열풍으로 이번 서울 공연에 쏠리는 관심도 남다르다.

‘레미제라블.’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인 장발장, 팡틴, 에포닌, 학생시위군은 모두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또한 사랑이나 인생, 혁명을 꿈꾸지만 결국 실패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한편으로 이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사라진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도 같은 선상에 있는 인물들이다. 팡틴은 딸 코제트를 위해 인생을 희생하다 죽고 장발장은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팡틴의 딸 코제트를 위해, 또 그녀의 애인인 마리우스를 살리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에포닌은 사랑하는 마리우스가 코제트를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돕고 그를 위해 죽는다. 학생들은 고립된 바리케이드 속에서 혁명이란 대의를 위해 죽어간다. 현실이 비참할수록 ‘남’을 위해 살아가고 죽어가는 이들의 희생은 무엇보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위고는 바로 이들을 통해 가난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살아가는 ‘비참한 사람들’이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은 ‘장발장’도 ‘코제트’도 ‘자베르’도 아닌, ‘레미제라블’, 비참한 사람들인 것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이러한 작품의 의미는 노래를 통해 더욱 강조된다. 실제로 이 작품의 가장 유명한 넘버들은 극중 그다지 비중이 크지 않은 인물인 팡틴과 에포닌, 그리고 학생들의 노래다(<I dreamed dream> <On my own>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짧게 등장했다 사라지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작품을 만든 알랭 부브랭과 미셸 쇤베르크 역시 캐릭터의 비중 자체보다는 이들이 가진 의미를 생각해서 작품의 넘버를 구성했음을 알 수 있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면 죽음을 맞이하는 장발장과 이미 세상을 떠난 팡틴, 에포닌이 함께 등장해 마지막 넘버를 부른다. 남을 위해 죽은 이들이 바로 ‘레미제라블’이자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들이라는 것을 이 마지막 노래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