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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get] 램프 없는 프로젝터

파나소닉 코리아 PT-RZ370

특징

1. 램프 대신 LED와 레이저 광원을 사용한 하이브리드 프로젝터. 부품 교체 없이 2만 시간까지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고와 비용을 한결 덜 수 있다. 2. 번짐 현상을 방지하는 광원 조절기와 루믹스/라이카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정밀 조준 렌즈를 장착해 선명한 색감과 화질 구현. 3. 디지털링크를 활용해 랜케이블만으로 모든 신호 전달이 가능하다. 기존 제품에 비해 배선 연결이 간소해졌다는 뜻.

다들 마찬가지 아닐까 싶은데, 내가 영화를 가장 열심히 본 시기는 20대 초반이었다. 창간 초기의 <씨네21>과 <키노>가 낯선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기던 무렵이었다. 그 시절, 대학교 건물 벽에는 영화 동아리의 상영 공지가 게릴라식으로 나붙곤 했다. 당시 이수역 근처에 자리잡고 있던 문화학교 서울에도 주말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필름은 언감생심이고 비디오를 프로젝터로 영사하는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왕가위의 <해피 투게더>나 이와이 지의 <러브레터>,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 등 나름의 사정으로 국내 개봉이 늦춰졌던 영화들을 색이 뭉개진 프로젝터 상영으로 먼저 접했다. 열악한 환경이었던 만큼 크고 작은 사고도 간간이 겪었다. 프로젝터가 말썽을 일으키면 스탭이 달려나와 재시동을 했다. 관객은 웅웅거리는 소음을 들으며 얌전히 램프가 예열되기를 기다리곤 했다. 그때 본 영화 중 기억나는 거라곤 제목이 전부인 작품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분주한 움직임과 소음, 그리고 실망과 기대가 섞인 기다림의 순간만은 또렷이 머릿속에 남았다.

지금의 20대도 골방에 모여 금지된 영화를 보는 짜릿함을 알까? 드물게나마 여전히 비밀스러운 상영회가 열릴 수는 있겠다. 하지만 예상 밖의 사고는 전에 비해 훨씬 줄었을 거다. 파나소닉 코리아가 출시 준비 중인 PT-RZ370은 램프 대신 LED와 레이저 광원을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프로젝터다. 램프의 대안을 찾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예열 자체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필요한 순간마다 신속하게 영상을 송출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암전이 되면 다음 장면이 이어지기를 기다리던 기억 같은 건 이제 90년대식 추억으로 남을 모양이다. 프로젝트 램프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2천~3천 시간 사용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PT-RZ370은 별도의 부품 교환 없이 2만 시간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번거로운 수고뿐만 아니라 비용 부담도 크게 덜게 됐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장점. 랜케이블만으로 모든 신호가 전달되기 때문에 기존 기기에 비해 배선 연결이 훨씬 간소해졌다. <빅 슬립>의 플롯만큼이나 복잡하게 꼬여 있는 전선들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게다가 프로젝터와 AV플레이어의 설치 거리는 랜선만으로 최장 100m까지 확보된다. 먼 거리에서도 압축되지 않은 풀 HD 영상과 오디오를 선명하게 구현한다는 내용 역시 덧붙여야겠다. 해상도 1920×1080과 3500안시 루멘의 밝기, 1만 대 1의 색 대비를 지원하는데, 영화 감상용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한 사양이다. 밝기 조절, 신호 없음 상태 인식, AV 자동 꺼짐 등 다양한 자체 전력 절감 기능에서는 환경친화적인 배려가 읽힌다.

최근의 프로젝터들은 경량화와 3D 영상 구현에만 집중하는 듯했다. 파나소닉은 시장에 새로운 주제 하나를 던져줬다. 과연 램프 없는 프로젝터가 대세로 자리잡게 될까? PT-RZ370의 성공 여부에 따라 그에 대한 답이 가능해질 것 같다. 가격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