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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한 소우주 <잠 못 드는 밤>

주희(김주령)와 현수(김수현)는 결혼 2년차의 30대 부부다. 두 사람은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꾸리고 있다. 화면에 드러난 이들의 일상은 평범하고 소박하다. 함께 밥을 먹거나 산책을 하고, 각자 일터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저녁에는 맥주 한잔을 기울이는 식이다. 휴일에는 놀이터에서 함께 햇볕을 쬐기도 한다. 여느 신혼부부처럼 이들은 아기를 갖게 되었을 때 걸머져야 할 책임감과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날 변화가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그 고민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은 가깝고 또 서로를 아낀다.

<잠 못 드는 밤>은 주희와 현수 부부에게 일어난 며칠 동안의 일들을 에세이를 쓰듯이 담아낸 영화다. 두 사람이 보조를 맞추어 걷거나 잠든 배우자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는 것과 같은 애틋한 순간들이 한신 한신 쌓이는데, 이 알콩달콩한 소우주를 지켜보는 일이 즐거워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된다. <잠 못 드는 밤>은 비교적 단순한 구성이지만, 관객의 예측과 기대감을 배반하는 설정이 간간이 등장해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탄력을 더했다.

<잠 못 드는 밤>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편안한 톤으로 담으면서도 이를 상투적이지 않게 그려낼 줄 아는 균형감각에 있다. 두 주인공이 오가는 지하철, 아파트, 산책로, 놀이터 등의 장소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 그대로이며, 이들이 그 장소에서 나누는 대화나 행동은 사실 낯익은 것들이다. 하지만 장건재 감독은 세밀한 디테일을 통해서 익숙한 불안과 고민을 껴안고 담담히 살아간다는 것이 어떠한 일인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서 얻게 되는 것은 도심의 풀벌레소리처럼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소박하고 불완전한 모습의 행복이다. 현실을 둘러싼 긴장을 이토록 간명하고 따뜻하게 사유해내는 영화도, 그래서 영화를 만든 이들의 시각에 고맙다는 느낌이 든 것도 오랜만이다. 한밤중 우리는 꿈에서 깨어나 불현듯 서글픔을 느끼기도 하고, 옆 사람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안도하기도 한다. <잠 못 드는 밤>은 그 잠자리에서 도란도란 나누는, 딱히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그 순간 위안이 되는 나직한 수다와도 같은 영화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장편부문 대상과 관객상을 탔던 화제작으로, 실제 부부마냥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두 주연배우의 호연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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