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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시스템 <감시자들>

서울 2호선 지하철 안, 하윤주(한효주)가 서 있고 황 반장(설경구)은 앉아서 졸고 있다. 졸다가 급하게 일어서던 황 반장이 지나가던 여자와 부딪친다. 그리고 제임스(정우성)가 전화를 받으면서 지나간다. 흔히 볼 수 있는 서울의 한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황 반장은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반장으로 신입으로서의 하윤주의 능력을 테스트하고 있었던 것. 하윤주는 당시의 상황을 놀라울 정도로 거의 다 기억해낸다. 영화는 그 평범한 일상이 다 감시당하고 조작된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제임스는 빌딩 위로 올라가서 서울의 도심을 내려다보며 부하들을 조종해 은행을 3분 만에 턴다.

<감시자들>에서 경찰은 용의자의 집 근처에 차를 주차해놓고 몇날 며칠을 기다리기만 하던 그런 경찰이 아니다. CCTV와 신용카드, 스마트폰으로 무장된 현대사회의 시스템을 최첨단의 장비로 통제하고 꿰뚫어보는 경찰이다. 그리고 제임스는 그런 경찰을 감시하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본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현대사회의 체계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시스템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영화는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다. <감시자들>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경찰영화들에서처럼 특정 형사와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영화를 끌어가지 않는다. 냉철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황 반장, 경찰로서의 사명감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지만 강박증도 가지고 있는 하윤주, 그리고 몇 마디 안 하고 행동으로 다 보여주지만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제임스 등 중심 인물들과 주변 인물들이 저마다의 캐릭터를 가지고 영화를 풍부하게 한다. 경찰과 범죄자 모두 용의주도하며 거기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으로 시종일관 영화를 이끌어간다. 그러한 긴장감을 만드는 데 있어 영상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서울에서 직접 촬영한 로케이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이 장소에서 감시당하고 있다는 현실감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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