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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문을 여는 꽃 <야관문: 욕망의 꽃>

삼류 잡지사에서 일하는 오 기자는 암투병 중인 70대 노인이 자살하면서 전 재산을 젊은 간병인에게 남겼다는 기사를 보고 의혹을 품게 된다. 그는 기사 속 그녀를 찾아가 인터뷰를 청하며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1년 전, 28살 연화(배슬기)는 여행 가방 하나를 끌고 퇴임한 교장 종섭(신성일)의 집에 간병인으로 들어온다.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종섭은 삶을 포기한 대신 깐깐하게 죽음을 준비한다. 연화가 처음 마련한 밥상을 뒤집어버리고 졸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녀가 단잠을 자는 동안 자신은 죽음에 더 가까이 가게 된다고 분노한다. 연화는 종섭이 일찍 아내를 여의고 홀로 키운 아들마저 사고로 잃었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구차하게 연명하기를 포기하고 자살하려는 종섭을 겨우 구해낸 연화는 더욱 극진히 간병을 하고 종섭은 다시 희망을 품는다. 그런데 종섭의 마음을 얻은 연화의 태도가 달라지고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미스터리와 멜로드라마의 혼합은 이 영화의 승부수인데 오히려 그 부분이 발목을 잡는다. 반전에 반전을 마련하는 플롯과 숨겨진 진실은 흥미진진한 요소지만 정작 이 영화는 반전 이전까지가 빛난다. 강퍅하고 성마른 종섭이 연화를 통해 점차 삶의 의지와 활기를 되찾을수록 처연하고 측은하다. 병세가 호전된 종섭이 횟집 수족관을 들여다보며 “잡아먹자, 저거 잡아먹자”라고 외치는 장면은 슬프다. 살고 싶은 의지는 식욕과 애욕을 동시에 불러들인다. 그러나 종섭도 알다시피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고 원치 않는 것은 빨리 온다. 영화 중반부터 몰입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굉장히 낡은 느낌을 주는 반전 때문이다. 덕분에 구조는 복잡해졌지만 공감과 설득력은 하강한다. 이런 아쉬움은 있지만 노장 신성일과 신예 배슬기는 기대 이상의 조합이었다. ‘야관문’(夜關門)이란 제목은 밤의 문을 여는 꽃이란 의미다. 실제 약재로 활용되는 야관문은 영화에서 복선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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