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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표식들 <천주정>
정한석 2014-03-26

<천주정>은 중국 동시대를 대표하는 감독 지아장커의 신작이다. 네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구조로 연결되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광산에서 일하는 인부다. 그는 광산의 주인인 악덕 고용주와 몇몇 사람들의 부도덕한 행태에 격분한 나머지 마침내 총을 들고 마을을 찾아가 한 사람씩 쏴죽인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청부살인업자다. 그는 늙은 노모의 생신을 맞아 잠시 고향에 들르지만 이내 그곳을 떠나서 살인 행각에 몰두한다.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사지숍의 접수원이다. 그녀는 어느 날 밤 몰상식한 손님들을 맞게 된다. 참다 못해 행패를 부리던 그 손님들을 살해하게 되고 그길로 멀리 떠난다. 지아장커 영화의 페르소나이며 그의 아내이기도 한 자오타오가 마사지숍 접수원을 연기한다. 네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직장을 구하고 돈을 벌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젊은 남자다. 하지만 그의 고행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감독 지아장커는 <천주정>의 이같은 이야기를 중국판 트위터에 해당하는 ‘웨이보’에서 알게 되었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들이 중국의 지금 현실을 가리키는 폭력의 표식들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폭력적 현실을 어떻게 영화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지아장커가 선택한 것은 무협극의 형식을 빌린 것이다. 특히 세 번째 일화인 마사지숍 접수원의 외양과 행동 등은 호금전의 유명한 영화 <협녀>를 본뜨고 있다. <천주정>의 영어 제목이 <A Touch of Sin>인 것도 <협녀>의 영어 제목 <A Touch of Zen>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지아장커는 그간에 자신의 영화에서 중시하지 않았던 와이어액션이나 우화적 장면들을 이 영화에 대거 새겨넣고 있다. 중국의 현실을 직시하려는 지아장커의 태도는 여전히 신중하지만, 영화에 도입한 과감한 형식들이 문득 도식적 은유에 닿는 순간은 피하지 못하고 있어서, <천주정>은 걸작보다는 괴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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