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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독립영화 진영이라는 경계 허물기
정지혜 사진 최성열 2014-03-27

‘들꽃영화상’ 조직위원장 달시 파켓

미국 출신의 한국영화 평론가 달시 파켓. 그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영화라면 가리지 않고 두루 보고 글을 썼다. <돈의 맛> 등 영화에도 출연했고 <괴물> 등 150여편의 한국영화의 자막 번역과 감수도 했다. 이번에는 직접 영화상을 제정했다. 이름하여 ‘들꽃영화상’. 야생에서 제힘으로 힘껏 자라는 들꽃에 한국 저예산 독립영화를 비유한 그의 아이디어다. 지난해 개봉한 순제작비 10억원 미만의 한국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기준으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아홉개 부문의 시상이 있을 예정이다. 한국 대중조차 쉽게 접하지 못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소규모 영화에 이토록 애정을 쏟는 이유를 달시 파켓 조직위원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영화상을 만들 생각까지 한 건가. =2009년 <씨네21>에서 외신기자 칼럼을 쓸 때다. 뭘 쓸까 고민하던 차에 한국 독립영화에 눈이 가더라. 독립영화가 많이 개봉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영화상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때 처음 했다. 2년 전에 확실히 마음이 섰고 지난해 영화 평가단을 꾸려 극장에서 같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게 여기까지 온 거다. 한국 독립영화에 출연하면서 느낀 것도 있다. 영화는 만들어졌는데 아무 평이 없을 때 정말 힘들다. 관객이 이런 영화들을 더 많이 알길 바랐다.

-영화제가 아닌 영화상을 택했다. =영화제가 신진 영화인과 신작을 소개한다면 우리는 지난 한해 동안 개봉한 좋은 작품을 다시 보는 자리다. 독립/저예산영화는 영화제에서 한번 상영, 소개되는 것보다 개봉 여부가 더 중요하다. 현재 한해 80편 정도의 독립/저예산영화와 다큐멘터리가 개봉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작은 규모다. 박스오피스나 배급 현황만 봐도 한국 영화계가 양분화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좋은 작품은 많은데 관객이 미처 보지 못한다. 이런 영화를 계속 볼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관객 참여형 영화상이라는 컨셉을 주요하게 내세운다. =독립/저예산영화가 커가고 생명력을 얻으려면 최우선으로 관객의 관심이 필요하다. 평소에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평가에 참여했으면 했다. SNS를 통해 모집한 사람들과 영화 전문가 150여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후보작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평가단과 다른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참여한 종합평가 70%와 관객의 온라인 투표 결과 30%가 반영된다. 내년에는 평가단 규모를 더 늘릴 예정이다.

-영화상 제정에 함께한 사람들이 있나. =영화제 운영 경험이 많은 오동진 운영위원장과 이현정 감독 등 운영위원들이 있다. 올해는 무비꼴라쥬와 작은 규모의 스폰서들도 도움을 줬다.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첫회를 잘 마무리해 내년에는 좀더 많은 지원을 받고 싶다. 그럼 제일 먼저 상금부터 마련하겠다.

-슬로건이 ‘Independent Cinema and Beyond’이다. ‘그 너머’는 무엇인가. =우리의 후보작에는 독립영화도 있고 저예산영화도 있다. 요즘 독립영화는 스타일과 소재 면에서 많이 바뀌면서 훌륭한 작품들이 많아졌다. 독립영화가 상업영화쪽으로 넘어가고 상업영화가 인디영화를 품는 식이 되면 좋겠다. 독립영화 진영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싶다.

-시상식 전에는 CGV압구정 무비꼴라쥬에서 상영회를 갖는다. 매년 후보작과 수상작을 소개하는 한영 책자도 발간할 계획인데.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한 거다. 좀더 나가자면 해외 관객도 우리의 후보작과 수상작을 볼 수 있게 하고 싶다. 외국 대학에서 상영회를 갖고 발간 책자도 같이 보는 자리를 마련하는 거다. 그간 활동해 오면서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생각이다.

-한국 독립/저예산영화의 해외 배급에도 관심이 있는 건가. =현재도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와 우디네극동영화제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너무 크게 일을 벌이면 안 될 것 같다.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진 뒤엔 그쪽으로 갈 수도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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