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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 정말 내가 궁금해?
정지혜 사진 오계옥 2014-12-08

<피노키오><상의원> 박신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빈말이 아니었다. 인터뷰 당일에도 박신혜는 새벽부터 드라마 <피노키오> 촬영을 했고 오후에는 영화 <상의원>의 제작보고회 무대에 올랐다. 드라마 촬영이 시작된 9월 중순 이후로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거침없이 달려오고 있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더없이 좋아 보인다. 지난해 말 드라마 <상속자들>로 흥행 홈런을 치며 아시아권 스타로 발돋움했고 올해는 싱글 앨범 ≪팔베개≫ ≪My Dear (꽃)≫을 내며 아시아 투어 콘서트까지 다녀왔다. 박신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하는 <상의원>에서 고독한 왕비로 등장해 처연한 여인의 모습을 그릴 예정이고, <피노키오>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가상의 증후군인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는 기자를 연기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면서, 한국과 아시아 곳곳을 오가며 스타로 성장해가는 그녀의 행보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박신혜는 “시나리오를 보고 생각은 늘 (두손을 확 펼쳐들며) 이만큼 하는데 그걸 연기로 제대로 표현해냈는지 잘 모르겠다”며 머리를 쥐어짜 보인다. 소탈하고 솔직한 그녀의 말과 행동이 재밌어 조금 더 몸을 끌어당겨 귀를 기울여봤다.

-드라마 <상속자들> 이후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을 것 같다. 그중 <상의원>을 고른 이유가 궁금하다.

=개봉(12월24일) 후 직접 영화를 본다면 어떤 장면 때문에 내가 이 영화를 택했는지 곧바로 알 수 있을 거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내가 연기할 왕비가 왕에게 “전하께서는 비겁합니다”라고 일침을 가하는 대사를 읽는데 ‘이거다!’ 싶더라. 나중에 감독님께서 그 부분을 뺄지 말지 고민이라고 하시길래 “저는 그 대사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씀드렸다. 혹시라도 그 부분이 빠질까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촬영을 잘 마쳤다.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폐위 직전까지 간 왕비가 옷을 만드는 공진(고수)을 만나 자존감을 회복하고 옷을 통해 사람이 변하게 된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원석 감독은 본인이 해야 할 고민을 덜어줄 만큼 박신혜씨가 캐릭터 분석을 잘해왔다고 하더라.

=남자의 입장에서 여자를 봤을 때와 여자가 생각하는 여자의 감정은 다른 것 같다. 그 부분 때문에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부딪혔다. 그때마다 ‘감독님, 여자인 제 생각에는…’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왕비는 공진에게 바느질을 배워 왕(유연석)에게 줄 선물을 만드는데 정작 왕은 후궁과 밤을 보낸다. 그때 왕비가 왕에게 달려가느냐를 놓고 나는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왕비는 자신의 자리에서 계속 바느질을 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풀어낼 것 같았다.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왕을 향한 왕비의 사랑은 뚜렷하게 그려지는 반면 자신에게 연정을 품은 공진에 대한 태도는 알 듯 모를 듯하다.

=왕을 대하는 왕비의 마음은 모성과도 같다. 대체로 여자들은 불행한 남자를 보면 모성애가 자극되고 내가 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왕비도 그랬을 거다. 하지만 비뚤어져 있는 사람은 아무리 사랑을 준다 해도 바르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공진은 왕비로 하여금 자아를 발견하고 자존감을 확인하게 하는 존재다. 그렇지만 왕비는 자기가 왕을 계속 사랑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공진과의 만남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거다.

-캐릭터 분석을 꼼꼼히 한 것도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이나 사랑의 감정에 대해 나름 오랫동안 생각하고 자기 식으로 정리해놓은 것 같다. 이쯤 되면 연애 상담을 꽤 해줄 것 같은데.

=아니다. 주로 내가 물으러 다니는 쪽이다. (웃음)

-한석규, 고수와 같은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한 현장은 어땠나.

=외로운 왕비다 보니 거의 혼자 찍는 신이 많아서 자주 뵙지를 못했다. 두분 다 연기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시더라. ‘너는 앞으로 뭐가 되고 싶니’ ‘언제가 제일 힘들었니’ 같은 내 안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상의원> 개봉에 맞물려 드라마 <피노키오> 촬영이 한창이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이 나와 진실만을 말하게 된다는 가상의 증후군인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는 최인하로 등장한다.

=원래는 <상의원> 촬영을 마치고 대학 마지막 학기를 다닐 생각이었다. 근데 <피노키오> 시나리오를 받고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인하 같았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인하가 사랑스러웠다. 나는 상처받으면 얼굴에 다 티가 난다. 앞에서 질러놓고 뒤에 가서 미안해 사과하는 편이다. 그런데 인하는 거짓말을 못하니까 화를 감추지 못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는데 그게 또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예쁘게도 말한다.

-같이 작업한 남자배우들을 아시아의 스타로 만드는 여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그만큼 좋은 호흡을보였다는 얘긴데 <피노키오>에서 또래 이종석과의 합은 어떤가.

=종석이는 정말 정말 웃기다. 나도 그런 편인데 그 친구는 호불호가 분명하다. 그 호불호가 어디서 갈리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웃음) 그러고 보면 엄마가 내게 인복 하나는 제대로 잘 물려주신 것 같다. <상속자들> 때도 그랬고 파트너 복이 정말 좋다.

-재밌게도 <상속자들>에 함께 출연했던 김우빈(<기술자들>), 이민호(<강남 1970>)를 올겨울 극장가에서 경쟁작의 주연배우로 만나게 됐다.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다. 내가 드라마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사실 드라마 끝날 때(1월 중순)쯤 <상의원>이 개봉할 줄 알았는데 일정이 당겨져서 당황하고 있다. 홍보 어떻게 다니지. (웃음) 한국영화인 세 작품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 국가 경제가 안 좋으면 1순위로 똑 떨어지는 게 관객수라고 교수님께 배웠다.

-<상속자들>로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얻은 데 이어 <피노키오>가 한국 드라마 최고가로 중국에 수출됐다. 올해로 3년째 일본에서 단독 팬미팅까지 열었고 대만, 타이로 아시아 투어를 다녀왔다. 20대 한국 여배우 가운데 단연 독보적인 행보다.

=신기하다. 그냥 조용히 연기하다가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또 무난하게 연기자 생활하며 살겠지 생각했는데. 내가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여권에 도장을 이렇게나 많이 찍으며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드라마의 인기가 워낙 좋아서였을까. 스크린에서는 아직 그만큼의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지 못한 것 같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어야 흥행도 되고 결과가 나오는 건데 나는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오히려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작품을 선호한다. 현재 목표는 1년에 드라마, 영화 각 한 작품씩 꾸준히 하는거다. 단 5분을 출연하더라도 내가 해보지 않거나 내가 해서 새롭게 보일 수 있다면 선택한다. <뷰티인사이드>(20인의 배우가 우진이라는 한 역할로 등장한다)에도 그래서 합류했다.

-자신에 대한 냉정하고도 솔직한 평가다.

=갈 길이 멀다.

-3년 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자신의 현재를 야구에 빗대어 3회 초 안타를 치고 1루로 진루 후 2루 도루를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그리고 2015년은 어떻게 예상하나.

=1루에 나가 있던 타자가 1점을 낸 상황. 지금껏 아무 걱정 없이 매년 작품을 해왔고 아시아팬들과도 만났으니까. 이제 <상의원> <피노키오>가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달렸다. 아웃 카운트가 생길지, 2점을 낼지 결정되지 않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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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차주연·헤어 차세인(제니하우스) 메이크업 이한나(제니하우스)·의상협찬 블루걸, 까르벵, 끌로에, 슈콤마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