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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돌란의 장편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여 헤어짐의 뒤에야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랑을 깨닫는다.” 기 드 모파상의 말로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시작한다. 후베르트(자비에 돌란)는 예술적 감성과 삶의 비밀과 과잉된 분노 등으로 점철된 10대 소년이다. 그의 어머니(안느 도발)는 그를 홀로 키우고 있다. 후베르트의 눈에 엄마는 좀 칠칠맞고 둔감하며 폐쇄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싸우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그들은 차 안에서, 집에서 혹은 언제 어디서든 서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것이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다룰 때 돌란이 역점을 두는 방식이기도 하다. 거친 대립, 하지만 마음에 품고 있는 뜨거운 사랑. 후베르트가 시골의 기숙사 학교로 전학을 가던 날, 그는 어머니에게 따지듯이 묻는다. “만약 오늘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할 거야?” 냉정하게 침묵하며 돌아선 듯했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등 뒤에 대고 들리지 않는 독백으로 말한다. “그럼 나는 내일 죽을 거란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캐나다의 촉망받는 젊은 감독 자비에 돌란의 장편 데뷔작이다. 2009년 작품인데, 최근 그의 신작 <마미>(2014)의 국내 개봉을 계기로 뒤늦게 이 영화도 개봉하게 됐다. 돌란이 16살에 써놓은 시나리오로 제작했고 그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해 좋은 연기도 보여주고 있다. 작품 전반에 치기가 엿보이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스무살이 채 안 된 어린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보기에는 성숙하고 완숙한 부분도 적지 않다. 앵글 등에서 이 당시에 돌란이 집착했던 왕가위의 영화적 요소들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돌란이 이후에 자신의 영화에서 즐겨 쓰는 색감, 음악, 카메라의 움직임, 인물들의 성격화 등이 이 장편 데뷔작에도 잘 드러나 있다.

훗날 영화 <마미>에서도 어머니를 맡게 되는 안느 도발이 일찌감치 여기에서 어머니로 출연하고 있는데, 말하자면 그녀는 돌란이 생각하는 어머니상인지도 모르겠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이야기와 감성이 돌란에게 처음부터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돌란은 이 작품으로 천재 감독 출현이라는 찬사를 한몸에 받았으며 이후 자신의 영화 세계를 넓혀갈 수 있었다. 20대 중반에 이미 명성을 쌓고 있는 젊은 재능 돌란, 그의 첫 번째 도발적인 시도는 어떠했는지 느낄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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