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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새롭게 마주하는 드라마 <꿈보다 해몽>
정지혜 2015-02-11

오늘도 객석은 관객 하나 없이 텅 비어 있다. 보다 못한 무명의 연극배우 연신(신동미)은 극장을 뛰쳐나온다. 울적한 마음으로 찾아간 공원에서 그녀는 우연히 낯선 남자(유준상)를 만난다. 그 남자는 자신이 형사라고 말한다. 그것도 해몽에 꽤 능한 형사. 연신은 재미 삼아 자신의 꿈 얘기를 털어놓는데 남자가 희한하게도 그럴싸한 꿈풀이를 내놓는다. 대화가 끝나갈 때쯤 연신은 꿈속에서 본 듯한 장면이 현실에서 비슷하게 재현되는 신기한 경험까지하게 된다. 마치 자신의 꿈이 예지몽이라도 된 것처럼 혹은 꿈과 현실이 데자뷔를 일으킨 것인 양. 그 후로도 영화는 연신의 꿈과 그녀의 현실이 상호작용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광국 감독은 데뷔작 <로맨스 조>에 이어 두 번째 장편 <꿈보다 해몽>에서도 기승전결의 전형적 서사 구조에는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블록을 이리저리 조립해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조합이 나오는 걸 즐기는 눈치다. 연신의 꿈과 현실의 경계를 능청스레 허물어버린 뒤 뒤섞고 또 슬며시 포개놓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연신은 꿈에서 낯선 남자에게 공연 티켓을 주는데 마침 현실 속의 그녀도 낯선 형사에게 공연 티켓을 주게 된다(그런데 가만 보면 이 현실이 과연 진짜 현실인지 의심스러워진다). 꿈과 현실이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지만 어딘가 상당히 닮아 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고, 연신은 자신의 꿈을 자각해간다. 감독의 전작에 비하면 구조가 주는 놀라움은 덜하다. 대신 한 여자가 꿈을 경유해 현실을 새롭게 마주하는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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