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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버드맨>

‘전직 슈퍼히어로.’ 한때 <버드맨>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던 주인공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수식어다. 재기를 꿈꾸는 리건은 할리우드 대신 브로드웨이로 향한다. 하지만 극단은 재정난에 시달리고, 공연 직전 영입한 스타배우(에드워드 노튼)는 통제 불능의 나르시시스트이며, 매니저인 딸(에마 스톤)은 약물중독이다.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린 리건은 버드맨의 환청에 시달린다.

<버드맨>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감독은 리건을 중심으로 혈관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를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애인과 전처, 동료배우와 딸, 제작자와 비평가는 차례대로 리건과 부딪히며 그를 폭발 직전의 상태로 몰아간다. 리건이 느끼는 불안과 강박을 드러내기 위해 그의 내면을 파고드는 대신 그를 옥죄어오는 주변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편을 택한 셈이다. <그래비티>의 롱테이크로 유명한 촬영감독 에마누엘 루베스키가 <버드맨>을 원 신 원 테이크 영화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데 공을 들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덕분에 관객은 숨통을 조여오는 무대의 압박감을 실감나게 체험하게 된다. 이때 롱테이크는 긴 호흡으로 상황을 관찰하는 기법이 아니라 밭은 숨을 몰아쉬며 극적인 몰입을 강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버드맨>은 촬영과 각본 못지않게 캐스팅이 돋보이는 영화다. 20여년 전 원조 <배트맨> 시리즈에 출연했던 마이클 키튼이 리건을 연기하기 때문이다. 그가 <배트맨>으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버드맨’을 ‘배트맨’으로 바꿔 읽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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