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역동적인 재즈의 리듬감을 이식하다 <위플래쉬>
장영엽 2015-03-11

“오늘밤이 너희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위플래쉬>의 후반부, 중요한 재즈 공연을 앞두고 스승은 학생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이 잘해내면, 유명 음반사나 재즈클럽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할 거라는 말도 그는 잊지 않는다. 업계를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은 작은 실수조차 결코 잊지 않기 때문이다. 한끗 차이로 승리자와 패배자가 영원히 나뉘는 이 아슬아슬한 세계에 1류 재즈 드러머가 되고자 하는 한 학생이 있다. 그의 이름은 앤드류(마일스 텔러). 그는 운 좋게 뉴욕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스튜디오 밴드에 들어가지만 그곳에는 악마 같은 잔혹함으로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선생 플레처(J. K. 시먼스)가 있다.

오직 뛰어난 연주만이 살아남는다. <위플래쉬>가 그려내는 재즈계에서는 선배도, 동료도, 심지어 자기 자신도 중요하지 않다. 악마 같은 스승이든 유약한 제자든, 그들에게 중요한 유일한 한 가지는 어떻게든 이 진창 같은 음악판에서 살아남아 최고의 연주자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숭고함이 있으며, 그게 바로 <위플래쉬>가 들여다보고자 하는 무엇이다. 영화의 후반부, 마침내 앤드류가 무대 위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진짜 뮤지션이 되어가는 장면에는 거대한 울림이 있다. 듀크 엘링턴의 명곡 <Caravan>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손, 미세하게 떨리는 심벌즈, 연주자의 시선을 반영한 듯 숨가쁘게 악보를 훑어내려가는, 그야말로 역동적인 재즈 음악의 리듬감을 이식한 촬영이 인상적인 작품.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