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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세금, 알고 보면 어렵지 않아요
김성훈 2015-04-27

<베를린> 해외 촬영분 하드디스크 부가가치세 소송과 관련된 통관 절차에 대해

라트비아 현지에서 촬영한 <마이웨이>.

해외에서 촬영한 장면을 담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몰래 손으로 들고 국내 반입하면 어떻게 되나요? 하드디스크를 해외에서 구매해 해외 촬영분을 담은 뒤 국내 반입하면 문제가 없는 건가요? 하드디스크가 아닌 클라우드 같은 인터넷 업로드 서비스를 활용하면 세금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나요? <씨네21> 1001호 국내뉴스 ‘하드디스크 관세?’가 보도되면서 해외 로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영화인과 독자들 사이에서 국내 통관 절차와 관련한 의견이 분분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 전에 이미 보도된 사건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4월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제작사 외유내강이 서울 세관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독일과 라트비아에서 <베를린> 촬영을 진행했던 외유내강은 <베를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아타 카르네(ATA carnet•무관세 통행증)를 통해 반출해 해외 촬영을 끝낸 뒤 다시 국내 반입했다. 아타 카르네는 한국, 미국, 유럽연합 등 아타 협약을 맺은 국가간에 통관 절차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통관 시 부가적인 통관서류의 작성이 필요 없으며, 관세 및 부가세, 담보금 등을 수입국 세관에 납부할 필요가 없는 무관세 임시통관증서다. 이 과정에서 서울 세관은 출국하기 전에 신고된 하드디스크와 해외 촬영분이 담긴 하드디스크를 동일한 품목으로 보기 어려워 부가가치세 2억8천만원을 외유내강에 부과했고, 외유내강은 디스크는 아타 카르네에 의해 재수입되는 물품이므로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서울 세관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이다.

재판부는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한다. 당국(서울 세관)의 해석이 부가가치세법의 취지에 맞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해외 촬영분이 담긴 하드디스크가 아타 카르네에 의한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라는 외유내강의 주장에 대해서도 “아타 면세 조건은 ‘해외에서 제조•가공•수리 또는 사용되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가 된 디스크는 영상물이 담기면서 수출될 때에 비해 고액의 가치를 보유한 물품으로 가공돼 아타 카르네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판결 내용인데, “아타 카르네, 부가가치세 등 관련법을 오해해 실수한 것”이라는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의 말대로 이 소송은 제작사가 통관 절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이다.

라트비아 현지에서 촬영한 <마이웨이>.

부가가치세는 공제 대상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하는 한국영화는 통상적으로 다음과 같은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외에서 영화, 드라마, 광고를 촬영한다는 건 필름이든 외장 하드디스크든 간에 저장매체를 들고 나가 찍은 영상물을 담아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행위다. 일단 외국에 나가도 가치가 증대되지 않는 카메라를 포함한 촬영 장비는 아타 카르네를 통해 통관 절차를 밟으면 된다. 하드디스크처럼 해외 촬영 전후로 가치가 달라지는 물품들은 해외에 나가기 전에 ‘예상촬영경비내역서’를 작성해 관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제작진이 해외에 나가 촬영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예상해 미리 알리는 절차다. 이때 신고하는 액수는 해외 로케이션 촬영 예산의 60~70% 정도에 해당되는 액수라고 한다. “예상 경비보다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강명찬(라트비아 촬영을 진행했던 <마이웨이>(2011),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찍은 <집으로 가는 길>(2013), 미국 LA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쎄시봉>(2015) 등 여러 해외 프로젝트를 맡아왔다)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그런 다음, 하드디스크나 필름을 해외로 가지고 나갈 것을 허락해달라는 증서인 수출면장을 신청한다. 심사는 출국 당일 인천공항 출국장에 있는 세관에서 진행되고, 이때 수출면장이 교부되어 수출이 허가된 화물은 관세법상 외국 물품이 된다. 해외 촬영을 마친 뒤 하드디스크를 들여올 때도 이 수출면장이 필요하다. 세관에 신고된 하드디스크는 인천공항 세관에서 서울 세관으로 운송된다. 하드디스크를 수령하려면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독일과 라트비아에서 촬영한 <베를린>.

앞에서 언급한 소송에서 문제가 된 부가가치세는 쉽게 말해서 생산 및 유통과정의 각 단계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대해 부과되는 조세를 뜻한다. 부가가치세는 물품을 구매한 비용, 운송비(항공 및 해상 운송비), 권리 사용료, 물품별 관세(관세법에서 하드디스크는 관세가 0%에 해당되는 물품으로 규정되어 있다) 모두 합친 금액에서 국내 인력 및 물품 비용을 뺀 금액의 10%에 해당된다. 앞의 소송 내용을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하면, 외유내강은 독일과 라트비아 현지 프로덕션 업체로부터 로케이션 섭외, 제작진의 숙식 지원 등 용역과 물품을 제공받는 대가로 30여억원을 지불했다고 한다. 이 금액에서 제작진과 배우의 개런티를 제외하면 해외에서 부가가치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알 수 있다. 외화를 수입할 때도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외화 구매비와 국내 상영할 수 있는 판권료를 합친 금액의 10%가 외화 수입사가 지불해야 하는 부가가치세다. SR관세사무소 이준재 관세사는 “지출한 부가가치세는 나중에 공제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령 부가가치세 3억원을 냈다면, 나중에 세금을 낼 때 3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고 통관 절차가 끝난 게 아니다. 해외 로케이션 진행비 정산을 마친 뒤 ‘확정가격’을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현지 스탭 인건비, 현지 로케이션 섭외비, 현지 장비 사용료 등 해외에서 발생한 세부지출내역을 영수증, 해외송금내역, 해외 업체 계약서와 함께 제출하는 게 확정가격 신고다. 확정가격이 해외 촬영 전 신고했던 ‘예상촬영경비내역서’와 달라진 내역이 있다면 경비가 왜 달라졌는지 설명하는 사유서도 함께 내야 한다. 이 과정이 끝나야 해외 통관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통관 절차인데 대체로 관세사를 통해 진행하는 데다가 한번만 겪어보면 “이해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해외 촬영을 경험해본 프로듀서들의 얘기다. <도둑들> <집으로 가는 길> <쎄시봉> 같은, 최근 해외에서 촬영을 진행한 영화들은 모두 이 통관 절차를 거쳐 부가가치세를 납부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촬영한 <집으로 가는 길>.

통관 절차가 없는 인터넷 업로드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먼저 해외에서 촬영한 장면을 담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몰래 손으로 들고 국내 반입하면 어떻게 될까? 이준재 관세사는 “하드디스크를 몰래 숨겨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겠지만 관세청의 사후조사에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했다. 하드디스크를 해외에서 구매해 해외 촬영분을 담은 뒤 국내 반입하면 문제가 없을까? 국내에서 하드디스크를 들고 나가든 해외에서 구매하든 간에 국내에 들여오는 순간 해외에서 부가가치가 발생한 물품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하드디스크가 아닌 클라우드 같은 인터넷 업로드 서비스를 활용하면 세금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될까? 물론이다. 인터넷 업로드 방식은 물품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통관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고, 부가가치세 역시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촬영 분량이 짧은 광고나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영화 촬영 소스는 양이 방대한 데다가 보안상의 이유로 아직까지는 인터넷 업로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영화가 아타 카르네 면세 조건인 예술품에 포함되어 있으면 관세와 부가가치세 모두 면제받을 수 있지만, 국내 관세법상 영화는 예술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품목으로서의 예술품은 회화나 조각, 골동품 등에 한정된다). 그게 해외 로케이션을 준비하는 제작자나 프로듀서가 관세, 부가가치세 같은 세금 발생 항목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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