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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박서준
이예지 사진 오계옥 2015-05-19

<악의 연대기>

영화 2015 <뷰티 인사이드> 2015 <악의 연대기>

드라마 2015 <킬미 힐미> 2014 <마녀의 연애> 2013~14 <따듯한 말 한마디> 2013 <드라마 페스티벌-잠자는 숲속의 마녀> 2013 <금 나와라 뚝딱!> 2012~13 <패밀리> 2012 <드림하이2>

“데뷔 5년차다. 이제 막 연기의 철학이 생겨나는 과정에 있다.” <킬미 힐미>(2015)에서 다정다감한 쌍둥이 오빠를 연기하고 <마녀의 연애>(2014)에서 19살 차이 엄정화와의 로맨스를 선보였던 박서준은 소년 같은 말간 얼굴로 뭇 여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섭렵해왔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그는 드라마 속 이미지와 달리 성숙하고 차분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신중하게 말을 골랐고, 내뱉은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사회생활에서 5년 차면 대리 직급을 달 정도의 시기이건만, “생각이 많아 속으로 삭이는 편”이라는 그에게서는 벌써 많은 것들을 터득한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박서준은 영화에서는 첫 데뷔이자 뉴 페이스지만 드라마 7편을 했고, <뮤직뱅크> MC와 드라마 O.S.T 음원 출시 등 과외 활동도 개진하며 공사다망하게 살아왔다. 이에 대해 박서준은 “MC를 보거나 O.S.T를 부른 일 등은 배우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다. 선물을 마다할 사람은 없지 않나”라며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연기임을 분명히 했다.

“<악의 연대기>(2015)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첫눈에 매료되었다. <마녀의 연애>를 찍던 시기라 다른 톤의 작품을 해보고도 싶었다. 드라마는 언제나 러브라인이 빠질 수 없지만 영화는 아니지 않나. 하지만 그렇기에 드라마는 이십대 연기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은 데 비해 영화에선 한정적이다. <악의 연대기>의 막내 형사 동재 역은 소중한 기회였다. 또래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첫 시작으로 좋을 것 같아 도전했고, 두번의 오디션 끝에 역할을 따냈다.” 처음에는 드라마와 영화의 템포가 달라 어색했지만 곧 적응했다는 그는, 손현주, 마동석을 비롯한 남자 선배들과 함께한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워낙 격의 없이 대해주셨다. 남자들뿐이라 칙칙하기도 했지만 술자리가 잦아 즐거웠다. (웃음) 친해지니 애드리브도 많이 나왔는데, 그게 다 살아서 웃음 포인트가 되더라.”

주로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맡아온 박서준에게,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들여다보면 복합적인 인물 동재는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연기 변신이었다. 그는 동재를 이해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그의 삶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상상했다. 그게 연기자의 몫이다. 하지만 역할에 너무 몰입하면 힘들어지기 때문에 개인 시간엔 캐릭터와 나를 최대한 분리하려고 한다. 일상을 무너지지 않게 지켜내는 것이 나를 유지하는 힘이다.” 배역과 실제 자신과의 안전거리를 지키는 법을 터득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장에서 배역에 집중한다는 뜻일 터. 박서준은 여태까지 맡아온 귀여운 연하남, 오빠, 남동생 캐릭터와 또 다른 모습의 동재 중 어떤 것이 실제 성격과 가까운지 묻는 우문에 대해서도 현답을 내렸다. “어떤 캐릭터도 나에게서부터 출발하려고 한다. 모든 캐릭터에 내 모습이 조금씩은 담겨 있다. 여기서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인 거다. 내가 옷을 입는 거지 옷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지 않나.” 그는 그러한 확장의 범위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맡고 싶은 역은 무궁무진하지만 현재 내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다. 나는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낳아본 적이 없다. 지금의 경험 안에서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다.”

자기중심이 확고히 선 이 배우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지만, 대중의 관심사에 나를 끼워맞추지는 않을 것이다. 역으로 내가 어떤 작품을 선택했을 때, 보고 싶다는 마음과 믿음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신인답지 않은 담대하고 주관이 뚜렷한 답을 내놓으면서도, “아직 영화 관계자들이 나를 모른다. 지금은 열심히 나를 알려야 할 시기다. 내 것을 쌓아가고 배워나가는 과정 중이다. 연기에 대해서도 그렇고, 결국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해나가는 중”이라고 차분히 말하는 박서준.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도자기처럼, 더 깊어지고 성숙해질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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