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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인생들이 벌이는 믿음의 게임 <무뢰한>

정녕 이것이 사랑인지 의심하고 또 의심하게 된다. 형사인 주인공이 어떠한 도덕적 교착 상태에서 그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도 모호하다. 강력계 형사 정재곤(김남길)은 살인범 박준길(박성웅)을 쫓는다. 유일한 실마리는 그의 애인 김혜경(전도연). 혜경은 변두리 단란주점의 마담으로 일하며 빚을 갚고 있다. 영화는 쫓고 쫓기는 긴장감을 내세운 속도의 스릴러도 아니고, 사건의 배후를 밝히며 살인자를 색출하는 범죄 미스터리도 아니다. 영화는 정의와 공동체의 질서에 무심하다. 기이한 장면에서 감정이 터진다.

우아하고 야생적이며 묵직하다. <무뢰한>은 <킬리만자로> 이후 무려 15년 만에 완성된 오승욱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청됐다. 술집 여자, 형사, 살인자라는 인물의 전형성은 밑바닥 인생의 진득한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설정뿐일 캐릭터에서 ‘혜경’이라는 인물을 창조해낸 것은 대체 불가능한 배우 전도연의 힘이다. 그녀는 시궁창에서 살아가는 혜경의 날선 피로감을 직관적으로 연기해낸다. 김남길도 돋보인다. 그의 연기가 성공적인 것은 냉혹한 가면을 쓰고 있다고 착각하는 어설픈 연기자로서의 재곤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무뢰한>은 탁하고 정제되지 않은 영화다. 뿌옇고 바닥 없는 우울한 공기 속에서 어떠한 진득한 감정들이 밑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믿음의 게임을 하던 인물들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길 없이 사정은 참으로 비정하게도 흘러간다. 영화는 끝내 그들을 더럽고 불결한 현실에 방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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