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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어머니의 죽음 앞에 선 중년의 딸 <나의 어머니>

영화감독 마르게리타(마르게리타 부이)의 어머니 아다(줄리아 라차리니)는 늙고 병들었다. 아다는 폐렴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한 뒤 합병증으로 심장에도 문제가 생겼다. 의사는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한다. 마르게리타의 친오빠 조반니(난니 모레티)는 회사에 장기 휴가를 신청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어머니 곁에서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괴팍하고 산만한 배우 배리(존 터투로)를 상대하며 차기작을 제작 중인 마르게리타에게는 조반니와 같은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다. 결국 그녀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채 대사를 외우지 못하는 배리에게 고함을 지르고 병색이 짙어진 어머니를 보고는 그 품에 안겨 사무치게 운다. 마르게리타는 어머니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은 알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지 못한다. 그 간극이 무력한 슬픔을 만들어낸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신작 <나의 어머니>는 10여년 전 그에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작품 <아들의 방>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난니 모레티의 작품 세계에서 정치적인 색채가 가장 약한 두 작품은 모두 가족의 죽음을 소재로 다룬다. <아들의 방>이 예상치 못한 사고로 갑작스럽게 아들을 잃은 아버지에 관한 영화였다면, <나의 어머니>는 예고된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는 중년의 딸에게 초점을 맞춘다. 물론 <아들의 방>과 마찬가지로 <나의 어머니>도 신파와는 거리가 멀다. 감독은 마르게리타가 느끼는 상실감과 비통함의 민낯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편을 택한다. 그래서 영화는 종종 현실처럼 보이는 꿈 장면, 꿈처럼 보이는 현실 장면을 뒤섞어 보여주는 방식으로 마르게리타의 혼란스럽고 불안한 내면을 묘사한다. 주변인물, 가령 딸이나 헤어진 애인과의 관계를 통해 마르게리타의 심리 변화를 암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편 배리 역의 존 터투로가 난니 모레티 특유의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소화해내며 극의 정서적 균형을 잡아준다. 의외로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죽음과 이를 대하는 마르게리타의 심정은 담담하고 간결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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