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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TV VOD] 최초 개봉작 <줄루 범죄도시>
송경원 2015-11-27

<줄루 범죄도시> Zulu

감독 제롬 샐레 / 원작 카릴 페레 / 각본 제롬 샐레, 줄리앙 라페노 / 촬영 데니스 루던 / 편집 스탠 콜렛 / 미술 로랑 오트 / 출연 올랜도 블룸, 포레스트 휘태커, 콘래드 캠프, 인지 백크만, 리가트 반 덴 베르그 / 수입•배급 풍경소리 / 제작연도 2013년 / 상영시간 107분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온통 폭력이다. 우리를 둘러싼 폭력의 이미지는 파도처럼 밀려와 어제의 이미지를 씻고, 오늘의 잔인함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든다. 미디어가 쏟아내는 세계 도처의 폭력과 증오에는 분명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의는 너무 멀고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하기엔 오늘도 하루가 너무 빨리 돌아간다. 두려운 건 폭력 그 자체가 아니다. 한 사람의 영혼에 새겨진 폭력의 흉터가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집요하게 그 사람의 생을 갉아먹는지 잊어버릴까봐 무섭다. 어쩌면 그래서 폭력을 둘러싼 반응들을 제대로 응시하는 영화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줄루 범죄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일어난 범죄를 추적하는 스릴러물이다. 전형적이라 해도 좋을 구성이지만 빤하진 않다. 폭력과 상처가 한 인간을 어디까지 몰고 가는지 집요하게 따라가기 때문이다. 2013년 남아공 케이프타운, 해변에서 금발 백인 소녀가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된다. 살인사건 전담부서 반장 알리(포레스트 휘태커)는 사회적 이슈가 된 상류층 자제의 끔찍한 죽음을 추적한다. 한편 그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빈민가 아동들의 실종사건도 조사 중이다. 동료 형사 브라이언(올랜도 블룸)과 현장에서 발견한 신종 약물의 출처를 수사하던 두 사람은 두 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이윽고 신종 약물의 유통을 둘러싸고 도시의 이면에서 진행되던 거대한 음모와 마주한다.

영화는 일견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물의 외견을 띠고 있지만 사건보다 사건을 좇는 형사들, 알리와 브라이언의 망가진 영혼에 좀더 집중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과거 남아공의 극단적 인종차별정책의 희생자들이다. 그 시절이 끝나고 화해를 외치는 시대를 맞이했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악인들은 여전히 잘산다. <줄루 범죄도시>는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망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역사의 상처와 아픈 기억은 영화 속 반복되는 폭력의 의미에 대해 오래도록 응시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물론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개도, 연출도 낡았다면 낡았다. 그럼에도 한번쯤 주인공의 고민에 동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수작이다. 2013년 칸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도 납득이 간다. 특히 마지막 사막 장면의 이미지는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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