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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영진위 신사옥, 정부 돈으로 지어라
조종국 사진 최성열 2015-11-30

영화발전기금을 사옥 건립 등 이전 비용으로 활용하려는 꼼수를 비판함

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영화진흥위원회

‘영진위 사옥 암초’, ‘국회서 설계비 빼고 전액 삭감’, ‘영진위 이전비 등 전액 삭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진작 부산으로 옮긴 것 아니었나? 몇년 전 일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할 법하다. 놀랍게도 바로 지난주 부산 지역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한 기사 제목들이다. 기사의 요지는, 내년 예산을 심의하고 있는 국회 상임위 예산소위에서 영진위 신사옥 건립예산을 놓고 여야가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안 123억2200만원에서 영진위 신사옥 건립비로 책정된 88억원을 설계비 8억5천만원만 남기고 전액 삭감하고, 글로벌영상센터 조성 관련 30억3천만원 등 총 43억5500만원만 예산안으로 의결했다는 것이다.

애초 영진위는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옛 홍릉 사옥과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매각한 돈으로 신사옥과 글로벌영상센터를 짓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남양주종합촬영소가 도무지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먼저 영화발전기금으로 사옥도 짓고 글로벌영상센터도 착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영진위와 부산시, 몇몇 부산 지역 여당 국회의원이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다. 야당은 ‘영진위의 부산 이전 비용을 남양주종합촬영소를 매각해 조달하는 것이 원칙이며, 영화발전기금을 글로벌영상센터 건립 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영진위 사옥 건립비를 끼워넣는 것은 꼼수’라며 반대한다. 더욱이 영화계의 ‘영화산업 육성과 영화인 지원에 써야 할 영화발전기금을 사옥 건립 등 이전 비용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은 완고하다.

저간의 맥락을 살펴보면 영진위 사옥 건립에 대한 ‘영진위와 부산’, ‘영화계와 비부산’의 괴리가 실로 엄청나다. 부산 지역 한 신문은 사설에서 ‘(…)지역 영화산업 인프라 구축의 또 한축이라고 할 수 있는 영진위 신사옥 건립은(…). 영상센터와 영진위 신사옥은 영상산업 발전의 양 날개다.(…)’라고 썼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영화 만들면서 제작진이 한번도 찾아갈 일이 없는 영진위 사옥이 영화산업 인프라의 요체가 될 수 없다. 영진위나 부산시 입장에서 사옥 건립이 그렇게 절박하면 굳이 영화발전기금에 침 흘리지 말고 정부의 일반 예산으로 추진할 방안을 찾으면 될 일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 영진위 사옥 건립이 포함된 ‘부산국제영상콘텐츠밸리 조성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며, 2013년 7월에는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공약사업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도 극장에서 푼푼이 모은 영화발전기금이나 탐을 내고 있으니, ‘창조스러운 기운’이 흠씬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