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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자율적 영화공간의 탄생

창원시에 개관한 예술영화관 씨네아트 리좀

글: 원승환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이사

예술영화관 씨네아트 리좀.

지난 12월2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예술영화관 ‘씨네아트 리좀’이 개관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좌석 수 45석의 작은 영화관일 뿐이겠지만, 거제아트시네마가 폐관한 지 1년3개월 만에 다시 상설 예술영화관을 만나게 되는 경남도민이나 인구수 100여만명의 도시이지만 예술영화관 하나 없었던 창원시민, 그리고 지역 시네필에게는 최고의 성탄 선물이 도착한 셈이다.

씨네아트 리좀의 개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에 이 공간은 2014년 6월 개관한 ‘창동SO극장’이라는 이름의 공연장이었다. 창원시는 2011년부터 구도심 재생을 위해 과거 마산의 창동•오동동 일대의 빈 점포를 활용해 ‘창동예술촌’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 도심형 레지던스 사업이 진행됐고 창동SO극장은 이 레지던스의 공연장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2015년 5월, 임대료를 두고 건물주와 창원시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레지던스 사업은 종료되었고, 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소극장 역시 철거 위기를 맞았다. 레지던스와 소극장을 운영하던 문화단체 ACC프로젝트는 고심 끝에 직접 이 공간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건물주와 직접 계약해 복합문화공간 ‘에스빠스 리좀’을 열었다. 레지던스로 운영되던 공간은 카페와 갤러리, 게스트하우스로 바뀌었고 소극장은 예술영화관으로 재탄생했다. 에스빠스 리좀의 운영은 새로 설립한 ACC프로젝트협동조합이 담당하게 된다. 영화관 역시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며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영화관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개관 행사에서는 스페인의 나초 푸인테스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 <마지막 상영>이 상영됐다. 폐관을 앞둔 단관 극장의 마지막 상영을 소재로 한 개관 작품은 현재 예술영화관들이 처한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관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독과점화된 상영 시장에서 개인이 예술영화관을 유지하는 것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대기업 소유의 예술영화관은 흥행영화를 양산하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으며 지자체 소유의 예술영화관도 건재하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관들은 예술영화 시장의 성장과 무관하게 경영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영화관 설립과 운영을 지자체나 대기업에 모두 의탁해야 할까. 다른 대안은 없을까. 2015년, 지역에서 개관한 두개의 영화관, 대구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과 창원 예술영화관 씨네아트 리좀은 이 질문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어떻게 하면 자율적인 영화공간이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는지 답을 만들어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