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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에게 물건을 빼앗긴 두 남자의 심야 추격전 <잡아야 산다>
윤혜지 2016-01-06

<잡아야 산다>는 짓궂은 소년 원태(한상), 재권(신강우), 태영(김민규), 성민(문용석)에게 중요한 물건을 빼앗긴 두 남자의 심야 추격극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CEO 승주(김승우)는 낭만을 즐기며 밤거리를 걷던 중 고등학생 네명에게 휴대폰과 지갑을 털린다. 형사 정택(김정태)은 승주를 돕겠답시고 나섰다가 총까지 빼앗기고 만다. 위엄 있게 타일러도 보고 자존심 구겨가며 달래도 보지만 겁 없는 소년들 눈엔 허당 어른들이 우습기만 하다. 두 남자는 교통법규 위반에, 시민 폭행에, 차량 탈취까지 감행하며 소년들을 압박하지만 모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오인천 감독은 네명의 고등학생들에게 관객이 “밉상 아닌 친근함”을 느끼길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소년들의 도를 넘은 행태는 캐릭터를 충분히 밉상으로 만들고도 남는다. 사람을 상대로 진짜 총을 겨누고, 온갖 약점을 잡아 상대를 협박하는 건 귀여운 반항이 아닌 그저 막돼먹은 짓이다. 고등학생 아닌 유치원생도 알 만한 사실을 정작 영화를 만드는 어른들이 몰랐다는 것은 대단히 놀랍다. 유치함은 영화적 무드라 치자. 하지만 유머를 가장한 채 여성 비하, 외모 비하의 뉘앙스를 담은 대사를 난사하는 것은 관객을 향한 폭력이다. 물론 배우들에겐 죄가 없다. 열심히 연습한 티가 나(지만 엉성하게만 보이)는 액션을 모두 직접 소화한 듯한 김승우도, 친근하고 안정적인 앙상블 연기를 보여준 네명의 신인들도 나쁘지 않다. 특히 유머와 고생을 양어깨에 나눠 진 김정태의 ‘하드캐리’는 눈물겨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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