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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품고 있는 사랑의 징후들 <캐롤>
문동명 2016-02-03

1950년대 초 뉴욕, 사진가를 꿈꾸는 맨해튼 백화점의 점원 테레즈(루니 마라)는 저 멀리서 캐롤(케이트 블란쳇)을 보고 첫눈에 그녀에게 이끌린다. 테레즈가 매장에 두고 간 캐롤의 장갑을 찾아주면서 둘 사이는 점차 가까워진다. 각자 이혼 소송 중인 남편과 미지근한 관계의 애인이 있는 캐롤과 테레즈는, 서로의 허전한 마음을 헤아리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토드 헤인즈의 로맨스 <파 프롬 헤븐>(2002)과 <밀드레드 피어스>(2011)는 모두 과거를 배경으로, 곤경에 빠진 여자의 사랑을 차분하게 따라가는 작품이었다. 8번째 장편 <캐롤> 역시 그가 내놓은 멜로드라마의 특징이 드러나는 한편, 주인공이 두 사람으로 늘었음에도 영화를 감싸는 감정은 더욱 절제됐다. 사랑이 불어나는 기쁨 앞에서도 슬쩍 미소를 흘리고, 갑자기 들이닥친 주변의 방해에도 눈물을 쏟지 않는다. 다만 영화가 품고 있는 사랑의 징후는 더없이 풍부하다. 특정한 사건을 경유하지 않고도 미세하게 변해가는 테레즈와 캐롤의 서로에 대한 마음은,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됐다. 사소한 표정이나 제스처 하나하나 놓치기 아쉬울 명연이다. <캐롤>은 그저 보기 좋은 소품으로서도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샌디 포웰이 만든 의상과 주디 베커가 지휘한 프로덕션 디자인은, <파 프롬 헤븐> 이후 토드 헤인즈와 꾸준히 작업해온 촬영감독 에드워드 라흐만의 카메라 앞에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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